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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을 걸다] 16. ‘토이스토리 3’

기자명 법보신문

어린 시절과의 이별, 어른

 
이별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사진은 ‘토이스토리 3’.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직장을 옮긴 아버지를 따라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삿짐을 다 옮기고 난 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톰 장난감이 사라졌던 것입니다. 늘 손에 쥐고 놓지 않았으며, 아톰은 하늘을 날고 정의를 위해 싸웠던 친구였습니다. 그를 잃어버렸지요. 그날 저녁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소중했던 무언가와 이별을 겪으며 조금씩 어른이 되는 가 봅니다. 손때 묻고 추억이 서린 장난감. 그들을 잊거나 잃어버렸을 때, 어린 시절과의 이별을 겪을 때의 슬픔은 우리들만의 감정은 아닐 테지요. 장난감에, 소중한 그 무엇에 서린 추억이 손때처럼 그들에게도 남아있을 테니까요.

어린 시절 손만 뻗으면 늘 곁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던 장난감들이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신들과 놀아주던 아이가 성장해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은 것이지요. 영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완결편 ‘토이스토리 3’는 소중한 어린 시절과의 이별을 그려냅니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이별들과 잊고 지낸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게 하지요.

카우보이 보안관 우디와 우주 레인저 버즈 등 앤디의 장난감들은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씁니다. 휴대폰을 몰래 훔쳐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가져와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지요. 앤디는 무관심합니다. 마냥 어린 아이였던 앤디는 어느 덧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된 것이지요. 여기서 우디와 친구들은 크게 낙담합니다. 그리고 이별을 해야 할 시기라는 점도 잘 알지요. 더 이상 앤디가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앤디는 대학 기숙사로 가기 위해 우디와 친구들을 박스에 담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락방에 넣어 두기로 합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우디와 친구들은 앤디와 떨어지게 됩니다. 탁아소에 기증되지요. 탁아소에는 자신들과 놀아 줄 어린 아이들이 넘쳐났지만 우디는 앤디를 잊지 못합니다. 우디는 앤디가 자신들을 잊지 않았다고 굳게 믿습니다. 친구들은 앤디에게 버림받았다며 탁아소의 생활을 기대합니다. 탁아소 장난감들의 리더인 곰인형의 친절한 안내 아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부푼 꿈에 들뜨지요. 탁아소에는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겨진 사실을 모른 채 말입니다. 그 무렵 앤디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중한 친구들을 잊지 못합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앤디와 친구들은 서로의 이별을 슬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고마움을 얘기합니다.

한 가지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자 몇몇 아이들이 서로 답을 외쳤지요. “물이 돼요.”, “땅이 젖어요.” 문득 한 아이가 이렇게 답을 합니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와요.” 어른이 된 지금, 우리들의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오는지요. 기억의 다락방으로 잠시 이별해야 했던 어린 시절들. 추억하는 것들은 모두 추억하는 대로 그만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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