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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베트남 다문화 가족 무료 건강검진 현장

기자명 법보신문

“사찰서 만난 약사여래에 몸도 마음도 청정해져요”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 남편, 자식과 함께 직지사에서 무료건강진료를 받았다.

8월 24일, 마냥 늦잠을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이지만 경북 김천에 사는 베트남 새댁 응웬티 응안 씨는 오히려 평소보다 한 시간 더 빨리 일어났다. 어제 저녁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일까. 텅 빈 뱃속이 잠시 투정을 부렸지만 오히려 기분이 상쾌하고 몸도 한 결 가벼운 느낌이었다.

남편 박대훈 씨도 잠에서 깼다. 엄마, 아빠의 인기척을 느낀 아들 조홍 군도 오늘따라 부모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투정 한 번 없이 반짝 눈을 떴다. 그들은 외출 채비한 후 아침 햇살의 안내를 받으며 황악산 직지사로 향했다.이 시각 직지사를 찾은 사람은 응안 씨 가족만이 아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총 걸음으로 산문을 들어선 이들은 김천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이주 여성으로 맺어진 부부 그리고 그들의 2세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직지사복지재단(이사장 성웅) 산하 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진오)에서 실시하는 무료 건강검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결혼을 위해 낯선 한국 땅을 밟은 베트남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보다는 시어머니, 남편 그리고 자녀의 건강을 먼저 챙기기 일쑤다. 이 사정을 익히 들어온 직지사복지재단은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77명과 그들을 포함한 가족 279명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 검진의 기회를 마련했다.

결혼이주여성 77명 진료

흰 가운 대신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환한 미소로 이들을 반겼다. 이번 검진을 담당한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산부인과 정혜원 과장을 비롯한 현직 의사와 간호사, 의학도들로 구성된 60여 명의 봉사 팀이었다. 봉사 팀의 안내에 따라 간기능 검사를 비롯한 12가지 항목에 대한 검진이 차근차근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주사 바늘에 잔뜩 겁을 먹고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검사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까르르 웃었다.

각종 검사를 마쳤다고 해서 검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 새댁들이 각각 받은 두툼한 설문지는 즐겨 먹는 음식부터 잠잘 때의 습관까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답변해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문항들로 구성돼 있었다. 한국말이 어려운 베트남 아내들을 위해 남편이 거들고 통역 담당자와 봉사자까지 합세해 답을 모두 작성하고서야 비로소 검진이 마무리됐다. 이번 검진 결과는 정밀 분석을 한 뒤 2주 후 개별적으로 통보가 될 전망이다.

사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그들의 기분은 어떨까. 한국에 온지 2년 8개월에 접어 든 다오티 투이 씨는 “24개월 된 딸이 자주 감기를 해서 걱정이었는데 이번 검사를 통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아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천에서 이주 여성 아내를 둔 남편들의 모임 ‘다행복회’ 정정필 회장도 “검사받는 기분보다는 함께 여행을 온 것처럼 기쁘다”며 “다문화가족들이 더욱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건강 검진을 위해 두 끼를 꼬박 굶은 이들에게 반가운 점심 공양이 마련됐다. 고향 베트남의 전통 음식인 쌀국수와 파인애플 볶음밥이었다. 구미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창출 기업인 아시아 푸드 전문점 ‘다존’에서 준비한 특별식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음식을 요리해야 했던 베트남 새댁들이 수줍은 환호로 기쁨을 표현했다. 베트남 음식의 맛을 잘 모르는 남편을 위해 소스로 간을 맞춰 주는 아내의 세심함에 남편들도 뿌듯한 듯 함박 미소를 보냈다.

쌀국수로 고국 향수 달래 줘

이날 검진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은 직지사복지재단 이사장 성웅 스님은 “얼마 전 발생한 베트남 여성 살해 사건이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과 몸이 건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소외되고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감로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직지사에서는 다양한 꽃이 조화로운 향기를 뿜듯이 양국의 문화가 어우러져 행복을 빚고 있었다.

김천=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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