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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집중취재][/font]조계종 징계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바라이죄 지어도 실형 안 받으면 ‘무죄’
범계자 참회 유도보단 처벌에만 급급
명확한 징계 규정 없어 ‘고무줄 양형’

 
조계종 재심호계원이 심판부를 열어 범계자에 대한 징계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어떤 사회나 단체에서든 내부 조직의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규율을 어긴 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재를 가하듯 출가수행자들이 모인 승단에서도 일정한 징계제도가 존재해 왔다. 출가자로서의 위의에 벗어난 행동으로 인해 자칫 승단이 세속으로부터 지탄을 받거나 다른 수행자들의 수행에 방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만 승단에서의 징계는 일반 세속과 달리 범계(犯戒)자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출가자 자신이 지은 잘못에 대해 스스로 참회하도록 하는 교육적 목적이 강했다.

그러나 현대 승단에 이르러 징계제도가 지나치게 세속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1962년 통합종단 출범과 함께 제정된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라 마련된 징계제도는 사회법을 기초로 만들어지면서 대중 화합을 우선으로 여겼던 초기 승단의 징계제도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처벌 중심의 징계=현행 조계종의 징계제도는 범계자에 대한 응징의 개념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초기 승단의 경우 범계자에 대한 징계는 죄의 확정에서부터 징계 이후에 대한 사후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졌던 반면 현행 조계종의 징계는 처벌에만 그치고 있다.

이렇다보니 징계를 받더라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참회하기보다는 징계기간만 지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지고 있다. 특히 종단의 질서를 훼손하는 등 중대한 범계를 저질러 호계원으로부터 멸빈이나  제적의 징계를 받은 스님조차 지역사찰에서 큰 스님으로 대접받고 있는가 하면 행정적 권리가 배제됐을 뿐 여전히 스님으로서의 권리를 별다른 제재 없이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불명확한 징계규정=조계종의 징계제도가 처벌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징계규정이 불명확하면서 일관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명확한 범계행위임에도 마땅한 조항이 없이 징계를 정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을뿐더러 일부 조항에서는 사회법에 따라 확정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승단의 징계가 지나치게 사회법에 의존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종헌종법에 따르면 출가수행자의 도덕성에 직결될 뿐 아니라 부처님 당시에도 엄격히 처벌했던 ‘바라이죄’에 해당하는 음행을 저질러도 국법에 의해 실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 사회법에서 음행은 친고죄에 해당돼 당사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가수행자가 바라이죄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더라도 현행 징계제도로는 처벌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성 결여된 호계위원=호계원의 호계위원은 율장과 청규, 법리에 밝은 비구로 중앙종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단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교구본사 혹은 문중을 중심으로 호계위원을 배분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계율을 전문적으로 익히는 율원에서 수학한 전력이 없을 뿐 아니라 사회법에 대한 일정한 지식이 부족한 스님조차 호계위원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호계위원에 대한 자격시비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명백한 범계 행위를 저지른 스님에 대해서조차 감싸기를 하거나 친분에 따라 같은 범죄에 대해 달리 형량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도 호법부의 징계요청에 의해서만 호계원이 징계 여부를 다룰 수 있도록 한 점, 부당한 징계를 당한 스님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 등도 현행 징계제도의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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