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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윤리

기자명 이학종
얼마 전 본 칼럼을 통해 ‘인터넷 구업’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으로 벌어지고 있는 음해성 발언이나 근거 없는 비방, 비난 행위의 과보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다뤘던 글이었지요. 사람들은 흔히 인터넷을 통해 벌어지는 사이버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그것도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서 벌이는 행위인데 그것이 설사 잔혹한 살상이나 욕설, 악담, 그리고 음란한 행위라 하더라도 뭐 그렇게 큰 죄가 되겠느냐는 의식이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것 같습니다. 최근 인터넷에 익명의 비방성 글이 잇따라 올려지면서 불교계에서도 인터넷 윤리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개진되고 있는 중입니다. 더구나 글의 내용 중 상당수가 스님 등의 파계행위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 조회도가 매우 높은 것들이어서 인터넷 윤리를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인류는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제3의 광대무변한 공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이버 공간으로 불리는 이 공간은 우리 불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공을 초월한 공간과 비슷한 개념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마치 그물처럼 중중무진으로 연결된 인터넷의 개념은 화엄에서 말하고 있는 인드라망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불교학계에서 몇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이 더 이상 가상공간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은 이미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활용한 IT산업이 번창하고 있고, 인류의 문명 역시 산업사회에서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수년 안에 인터넷에서 사이버, 그러니까 가상(假想)이란 개념을 삭제해야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되는 경향이 사회 각분야에서 뚜렷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알다시피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범죄행위들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동시에 일정한 정보를 확산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외부적 규제나 틀에 의해 해결될 사안은 아닐 것입니다. 네티즌 각자의 의식이 자율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해결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최근 잇따른 익명성 비방사건을 겪으며 불교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터넷 윤리의 정립이 시급함을 절감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사이버 범죄행위가 일상생활에서 저지르는 범죄행위와 다를 게 없다는 인식, 아니 더 나아가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이버 범죄가 더 큰 업보를 짓는 것이라는 교의적(敎義的) 토대가 마련돼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을 통해 죄의식 없이 저지른 욕설이나 비방 한 마디가 얼마나 큰 과보로 돌아오는가를 연구하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쓰레기장으로 오염되어 가는 사이버 공간을 청정한 세계로 가꾸어 가는 일, 이것 역시 21세기 우리 불교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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