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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교 쇠퇴론은 식민사관”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0.09.06 17:48
  • 댓글 0

불문연 김용태 박사, ‘조선후기 불교사…’ 펴내

일제치하 후 조선불교 조망한 첫 개설서
자료 발굴…새로운 사실들 규명 돋보여

조선후기 불교를 쇠퇴론이나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학계의 오랜 관행이다. 조선시대 이후 줄기차게 진행된 폐불정책이 정착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겠지만 쇠퇴론적 관점은 종종 조선후기 불교의 역동적인 측면을 외면토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현존하는 사찰 대부분이 조선후기에 중창·중수되었고 불서의 간행이 빈번히 이뤄졌다. 또 수행체계와 법통의 정립, 강학의 성행과 교학의 전수, 사원 경제의 기반 확대와 상속, 염불 정토신앙의 성행 등 역사적 사실들은 조선불교의 쇠퇴론이나 멸절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그렇다면 왜 명확한 근거 없는 쇠퇴론이 생겨난 것일까.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김용태〈사진〉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한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임제법통과 교학전통』(신구문화사)에서 이 문제를 치밀하게 검토했다. 그는 “조선시대 불교에 대한 입론은 식민지시기에 형성됐고 ‘억압과 쇠퇴’라는 부정적 인식이 이후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대표적인 식민사학자였던 다카하시 토오루는 그나마 국가의 공인을 받았던 성종대까지를 제1기, 공식적 폐불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교법이 아직 쇠퇴하지 않았던 연산군에서 인조대까지를 2기로 보고 효종대 이후 제3기는 교세가 완전히 몰락했을 뿐 아니라 승려가 경멸 받고 불법이 없어진 시기로 규정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오히려 쇠퇴론과 부정론을 대신해 존립의 실상과 시대성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조선후기 불교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또 식민지 시대 연구자들이 조선시대는 신앙에서만 불교의 특색을 찾을 수 있으며, 명목상 선종을 위주로 한 결과 교학은 침체되고 불교가 시대사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던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즉 성리학이 주류사상이 된 것은 당시 동아시아의 전반적인 현상으로서, 보편론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이지 유독 조선시대 불교에만 교학 쇠퇴와 비주류의 멍에를 뒤집어씌우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정당한 해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교학의 쇠퇴라는 전제하에 조선시대 불교를 선종 위주로, 그것도 간화선 수행 전통만을 부각시키는 학계 일반의 이해는 전통의 외연을 크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음도 함께 지적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불교는 고려불교와 근현대불교를 이어주는 정체성의 가교로서 그 의미를 지니며, 선과 교, 신앙과 의례 등 다양한 방면의 전통과 그 계승을 논할 때 보다 바람직한 한국불교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에 김 교수가 펴낸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는 다카하시 토오루의 『이조불교』 이후 80여 년 만에 조선시대 불교사 전체를 조망한 첫 개설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식민사관을 극복하면서도 전통을 미화하려는 유혹 또한 경계하고 있는 그는 조선불교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제기와 상식의 재고, 자료 발굴과 새로운 사실의 규명, 인식과 관점의 전환 등을 시도하고 있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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