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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기독교 명문사학을 보며

기자명 법보신문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동물의 세계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보다보면 동물의 삶과 우리 인간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린생명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기울이는 동물들의 모습을 단지 본능이라고 치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어린새끼를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사냥을 가르치고, 적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모습은 우리들의 자녀교육에 뒤지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세대가 자신들과 같은 삶을 살도록 가르쳐 삶의 영속성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눈물겨울 때가 많다. 우리 인간은 생존의 방식뿐만 아니라 이념을 가지고 모여 그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영속시키기 위해 특히나 교육에 열을 올린다. 그래서 불교도 부처님과 스님과 더불어 그 가르침인 법을 삼보로 하지 않는가?

승가와 재가불자들을 향한 교육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한 불교교육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일찍이 기독교는 개화기 때부터 신교육을 중심으로 기독교사상을 표방하며 학교를 설립하고 일반인들을 가르치다보니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적 신앙에 물들어 가게 되었다. 누가 뭐래도 한국 기독교 발전의 원동력에는 기독교 사학 운영을 통한 교세 확장이 자리잡고 있다.

일찍이 불교 선각자들도 열악한 불교자원을 교육에 투자해 그나마 몇몇 학교를 설립해 왔다. 물론 타 종교와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하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총무원이나 각 교구가 관심만 가진다면 얼마든 가능할 수 있다.

오늘 제10교구 은해사는 영천시 선화여고를 인수해 일타 큰스님의 호를 딴 ‘동곡장학재단’으로 새롭게 발족했다. 대구 능인중고등학교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은해사가 새롭게 학교운영을 확장한데는 큰 의미가 있다. 은해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이학교를 인수해 운영한다는 것이 불교발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고 있기에 가능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조계종단 출범 이후 운영하던 학교재단을 잃어버린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새롭게 확장한 것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얼마 전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연대, 이대는 기독교 전파의 수단으로 만든 대학이었다. 연세대 개교기념식에서 단상에 7명이 있었는데 김한중 총장 이외에 전부 목사였다. ‘기독교 이념을 전파하고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연대가 있고 연대가 커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공개강좌에서 말했다. 마치 연대, 이대를 비난하는 듯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이 뉴스를 접하며 참으로 마음 아팠다.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사학을 만들고 이끌어오고 있는데 우리 불교도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학하고 있을 때만이 아니다. 사학의 이사장 중에는 불자가 많은 걸로 안다. 그들 개인적 신앙이 기독교인 경우에는 당당히 밝히고 학제도 편성하는데 불자들이 운영하는 사학들이 불교적 가치관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불자 운영재단을 찾아 불교사학으로 이끌어주고, 나아가서 일반교육을 통한 불교 전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불교적 사상을 교육시켜 전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사자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법문을 사자후라고 한다. 단지 큰소리로 외친다고 그렇게 비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법을 전하면서 새끼사자를 교육시키는 것보다 못하다면 어떻게 사자후에 비교 할 수 있을까?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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