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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수행자 일상 체험은 각박한 인생의 ‘터닝포인트’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울력 등 행자 삶 속에서 자아성찰
실제 출가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정토회 단기출가 동참자들이 부처님오신날 서울 우정국로에서 단기출가를 홍보하고 있다.

단기출가는 일정 기간 사찰에 머물면서 수행승, 또는 행자의 삶을 고스란히 체험하며 말 그대로 ‘한시적으로 출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짧게는 15일, 길게는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장기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까닭에 단기출가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공부, 직장 등 현실적인 부분을 적잖이 희생해야 한다. 기존의 생활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쳐야 함은 물론이다. 때문에 참가하고자 마음을 내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단기출가에 동참하는 인원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수한 고민을 뒤로 하고 단기출가를 감행한 이들이 단기출가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또 그 경험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벼랑 끝에 내몰린 삶에 지칠대로 지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월정사로 향했습니다. 한달 간 묵언정진하며 수행과 울력,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세상에 대한 원망과 울분이 들어차 있던 예전의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월정사 단기출가 6기 흥수 거사)

단기출가로 인해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고가 새롭게 거듭났고, 그로 인해 삶 자체가 변화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은 비단 흥수 거사 뿐 아니다.
반냐라마 사띠 스쿨 단기출가 경험자 김지연 씨는 “3개월 간의 출가 생활 이후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생각이 단순, 명료해 지고 순간 순간 변화하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직 출판 디자이너인 김 씨는 단기출가의 인연이 이어져 현재 반냐라마에서 수행안내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삶의 의지를 한층 굳건히 하기위해 단기출가를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들이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사찰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단기출가는 오로지 외부적 요인으로 표출된 감정이나 생각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자신의 내면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입을 모았다.

은퇴 이후, 칠순이 넘은 나이에 단기출가를 결심했다는 한 거사는 “새벽 3시에 기상해서 밤 9시까지 참선, 간경, 108배, 강의, 소임별 울력 등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한 달 간 포기하고 싶은 욕구, 타인과의 마찰로 번뇌에 휩싸이면서 떠올랐던 수많은 생각, 육신의 피로들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뤄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토회 백일출가에 참석자 정영수 씨는 “단기출가를 통해 그토록 바꾸고자 했던 내 모습이 결국 내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깨달았다”며 “회향 이후 겉으로는 큰 변화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으로 단기출가는 오히려 불자들이 진정으로 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영남불교대학 대관음사에서 단기출가를 경험했다는 한 40대 보살은 “이전에는 부처님을 믿고 사찰에서 기도한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불자라고 생각했으나 단기출가를 통해 진정한 불자가 됐다”며 “1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님의 강의를 듣고 수행과 실참을 병행하는 공부에 전념하다 보니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3기 졸업생 민병직 씨도 단기출가를 일컬어 “자연의 모든 것이 관음이고 법음임을 체득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불교에 진정으로 귀의하게 됨으로서 인생이 역동적으로 변했다”며 “예전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았던 산책로의 개미에게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법성의 진여를 보며, 작은 풀벌레를 통해 적멸의 세계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단기출가가 수행자의 삶을 고스란히 체험하며 불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져있다 보니, 그 경험이 실제 출가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평창 월정사 단기출가학교의 경우 총 1350명의 동참자 가운데 120여 명이 출가 원력을 세우고 스님이 됐다. 영남불교대학 大관음사는 400명 가운데 3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기수별 모임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파악된 수 외에도 더 많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기출가 경험자들은 다양한 계기로 인해 각기 다른 사찰에서 저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출가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 경험으로 인한 생각의 변화, 나아가 가치관, 인생관의 변화가 개개인의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경험자들은 “단기출가를 하나의 색다른 경험으로 치부하여 추억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느끼고 깨달았던 바를 삶 속에서 되새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잊지 않고 간직한다면 그 자체로 생활 속 마음공부가 된다”고 조언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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