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피이야기] 허상의 장막을 걷어내고 실상을 관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엄마, 아버지는 천사가 된다. 그런 가정은 지상천국이 된다. 역으로 자녀들이 공부를 안 하고 부모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아빠, 엄마는 격렬해 진다. 당연히 그런 가정은 지상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극락, 천당, 지옥은 죽은 다음에 열리는 세계가 아니다. 이 땅에서도 마음 쓰는 대로 열린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천사로 만들거나 악마로 만드는 것은 모두 우리의 마음이다. 주변이 천사들로 가득하면 그는 지상천당 극락에 사는 것이요,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는 지상지옥 속을 헤맨다. 부처님 말씀대로 천당도, 지옥도, 삼계육도도 이렇듯 마음이 지어낸 허상이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허상 속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모두가 자신의 마음이 지어낸 허상 속에 살며 실상을 향해가는 수행자들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상대방을 바라볼 때도 속 알맹이인 실상을 보려하기 보다 껍데기인 허상을 진짜로 착각하며 산다. 마음이 허상을 만들고 지어낸 허상을 대하며 사는 허깨비와도 같은 중생들의 인생. 부처님 말씀대로 ‘약견제상비상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라면 우리는 껍데기에 치우쳐 살기보다 속 알맹이 실상을 대하며 사는 삶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기도를 한다, 참선을 한다, 수행을 한다하는 것은 모두가 허상을 걷어내고 실상을 지향해 나가는 몸부림이다.

모두가 허상이고 장벽이고 장막에 둘러쳐져 살고 있기에 실상을 보아야만 한다. 동일한 사람을 놓고도 그 판단이 얼마나 극명히 갈리는가. 내가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으면 상대방은 나에게 극악하게 대해온다. 나에게 그는 나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대와 친한 사람은 그를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상대가 나쁘고 좋은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의 편의에 따라 좋고 나쁘고의 허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주변 모두 허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실상을 모르고 그 사람의 속 마음을 모른 채 부부간에도, 부자지간에도, 친구지간에도 서로의 껍데기만 보고 허상 속에 살 고 있는 ‘피에로’일 수가 있다. 허상을 깨는 길, 그 길이 수행이요, 실상을 만나는 길이다. 자꾸만 허상을 걷어내면 잘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른 바다와 높은 산에 올라 허상의 장벽으로 답답한 인생고를 털어내려 하는지 모른다.

결국 위대한 자는 다른 자가 아니라 허상을 걷어내고, 장벽을 걷어낸 자들이다. 물질이란 허상, 에고란 허상, 욕망이란 허상을 과감하게 걷어 낸 자들이다. 수행의 길이 어려운 이유는 장벽을 걷어내기 어렵고, 허상을 깨기 어려워 그렇다. 물질에 대한 애착, 탐착, 집착들이 모두 허상인데도 그를 깨지 못 하기에 인생은 고달픈 것이다.

애착을 버려라. 허상을 깨라. 하지만 버리고, 깨는 게 쉬운 일인가! 그래서 산 자에게나 죽은 자에게나 애착은 참으로 끔찍한 형벌이다.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값어치 있는 일이 수행이라 하신 이유라든지, 영원히 값어치 있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정진이라 하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허상 속에서 태어나 허상 속에 살다가 허상을 안고 죽어가는 중생들에게 수행이 없으면 그들은 모두 눈 뜬 장님으로 살다가 떠나는 슬픈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

망원경이 없으면 달의 분화구를 볼 수 없듯이 스스로 성실한 수행을 통하지 않으면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그 같은 수행 가운데 부처님의 가피는 항상 함께 하신다. 빛을 프리즘에 비치면 색의 세계가 전개된다. 모든 만상은 프리즘이란 장벽을 통해 나온 색으로 이루어진 허상이요, 장막이 쳐져있는 업장중생들이다. 무명업장 때문에 갖가지 고통 속을 헤매고 있는 중생들을 수행의 길로, 가피의 길로 이끄는 일. 부처님께로 이끄는 일이야 말로 모든 불자들의 영원한 책임과 의무라 할 것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