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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 동국대 교수 해주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여성 선지식의 특징은 지혜 구족한 자비 원력

오늘은 화엄경의 여성 선지식을 통해 선지식의 가르침을 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엄경은 일승경전입니다. 일승 화엄을 통하면 출가, 재가, 또는 남녀노소 누구나 선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법을 구하기 위해 찾아간 선지식을 53선지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확히는 54분입니다. 한 장소에서 두 분을 함께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에서 여성 선지식은 21분입니다.

선지식(善知識)의 선(善)은 좋을 선, 착할 선, 훌륭할 선입니다. 중생들에게 수행의 모범을 보이고 또한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재동자와 선지식의 만남을 담은 것이 화엄경의 입법계품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입부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이라고도 하는데 줄여서 보현행원품이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품명으로 보자면 선지식은 부사의 법계에 계시면서 모든 이들이 법계에 들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시는 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법계에 들어갈 수 있는 방편이 무엇일까요. 보현행원입니다. 보현보살의 10중대원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선재동자가 구법을 하면서 선지식을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찬탄합니다. 첫 번째로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는 문과 같다. 나로 하여금 진실한 도에 들게 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의상 스님은 진실이 선지식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선지식은 일체지에 이르게 하는 수레다. 나로 하여금 여래지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다. 이런 표현도 했습니다. 또 선지식은 횃불 같고 호수와 같다. 선지식은 일체지에 나아가게 하여 열반을 얻고 대자대비의 공덕을 이루게 해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찬탄하고 있습니다.

문수보살은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선지식을 찾아 보살도를 물으라고 대답하는데 이런 까닭으로 선지식은 보살도를 보여주시고 수행하고 실천하도록 도와주시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만나는 선지식마다 각각 성취하신 해탈법문을 일러주신 까닭에 선지식은 해탈문을 열어 우리를 해탈케 하시는 분이다. 이렇게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21명의 여성 선지식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여성 선지식의 특징은 자비와 인욕, 공경입니다. 그 중에서 자비원력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비가 여성 선지식만의 특징이 아닌 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자대비하면 관세음보살입니다. 부처님의 많은 모습 중에 특별히 대자대비의 모습은 관세음보살로 화현해서 우리에게 자비를 내려 주시고 있습니다.

자비에는 4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아마도 처음 들으셨을 텐데 제가 특징에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첫 번째는 애습방편자비(愛習方便慈悲)입니다. 애습이 남아있는 방편을 쓰는 자비라는 말인데 탐욕과 애욕을 방편으로 쓰는 선지식입니다. 여기에 대표적인 선지식이 바수밀다녀입니다. 바수밀다녀는 유녀(遊女)라고 표현되는데 지금으로 치면 창녀입니다. 경전에서 선재동자가 바수밀다녀를 찾아가는데 사람들이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지혜롭고 잘 생겨 창녀를 찾을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수밀다녀는 그냥 창녀가 아니라 선지식입니다.

이탐욕제(離貪慾際) 해탈문을 얻었는데 탐욕을 모두 여의었다는 뜻입니다. 비록 창녀지만 본인에게는 애욕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탐욕과 애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선지식입니다. 손잡고 싶으면 손잡고 안고 싶으면 안게 해주는, 그러나 한번 그렇게 하고 나면 다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는 선지식입니다. 스스로 진흙 속에서 뒹굴면서 중생을 건져주는 분입니다.

법계에 들어가는 방편이 보현행원

다음은 무염청정자비(無染淸淨慈悲)입니다. 물듦이 없는 청정한 자비라는 뜻입니다. 비록 세간에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지만 염착심이 없어서 세상에 물들지 않는 자비입니다. 대표적 인물이 사자빈신비구니입니다. 사자빈신비구니는 일체지를 성취하신 선지식입니다. 수나국에 승광왕이 사자빈신비구니에게 햇빛동산이라는 뜻의 일광원 동산을 보시하는데 여기에 항상 계시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발심케 하시는 분입니다.

동산이지만 왕이 보시한 까닭에 크고 장엄합니다. 동산 곳곳이 보배나무로 장엄돼 있고 보배나무 아래마다 사자좌가 있어서 그 근기에 맞게 설법을 해주십니다. 세주와 천룡팔부, 화엄성중까지 이 분에게 법문을 듣습니다. 모습은 연꽃과 같이 청정해 몸매가 단엄하고 위의가 고요하며 마음에 때가 없어 큰 코끼리와 같았다고 합니다. 또 세상에 물들지 않고 연꽃과 같아 마음에 두려움이 없는 사자와 같고, 청정한 계율을 잘 지켜 흔들림이 없는 까닭으로 수미산과 같다고도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으로 중생의 번뇌와 괴로움을 제거하고 선근을 길러주는 선지식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에 물들지 않는 무염청정자비를 행할 수 있을까요. 모든 세간법이 출세간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생사의 흐름이 또한 부처님의 지혜와 하나인 줄 알아야 합니다. 바수밀다녀나 사자빈신비구니도 다 같은 선지식입니다. 다만 찾아오는 중생이 다를 뿐입니다. 한쪽은 애욕이 물든 사람들이 오고, 한쪽은 발심한 사람들이 옵니다. 그래서 그에 따라 방편을 쓰는 것입니다.

세 번째가 비지원만자비(悲智圓滿慈悲)입니다. 자비와 지혜를 함께 말할 때는 비지(悲智), 이렇게 표현하고 자비와 지혜와 원력을 함께 말할 때는 비지원(悲智願) 삼심(三心)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보살은 비지원 삼심을 가지고 베풀어주시는 분입니다. 자비와 지혜가 원만해서 원력으로 자비행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에 의한 자비의 체성을 여성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런 방편을 쓰시는 특별한 선지식 한분을 소개하면 바로 마야부인입니다. 이분은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환과 같은 줄 아는 해탈문을 얻었습니다. 중생은 환과 같습니다. 그래서 여환중생(如幻衆生)입니다. 무상하기 때문이지요.

마야부인은 연꽃 자리에 앉아서 중생들이 원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따라 한량없이 육신을 드러냅니다. 마야부인은 잘 알다시피 부처님의 어머님입니다. 그러면 마야부인이 어떻게 불모가 됐을까요. 옛날 대위덕 전륜성왕이 만원광명도량을 지었는데 당시에 도량을 맡은 자덕(慈德)이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자덕이라는 신은 전륜성왕을 아들처럼 생각했는데 하루는 부처님께 발원을 하게 됩니다.

대위덕 전륜성왕이 다시 태어날 때 마다 그리고 부처를 이룰 때 항상 그의 어머니가 되겠다는 발원입니다. 그래서 마야부인은 부처님의 어머니가 된 것입니다. 화엄에서 수행을 할 때 10지(十地)가 보살 수행의 총괄적인 등위입니다. 10지를 지나 11지에 오르면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마야부인이 자비로 지혜를 일으켜 모든 행을 환생(幻生)해서 부처를 성취하도록 하기에 불모라고 하는 것입니다.

청정한 신심으로 선근부터 심자

마지막으로 여환자재자비(如幻自在慈悲)입니다. 환과 같은 자비, 환과 같이 자재한 자비. 그러니까 앞의 세 가지 자비가 다 여환자비입니다. 일체가 다 환과 같이 머무는 줄 아는 여환자비로 생사 중에 자재한 자비입니다. 이러한 자비로 모든 보살이 부처를 이루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무진장한 자비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 보면 백월산 남쪽과 북쪽에서 수행하시던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힐부득은 미륵부처님을 원불로 삼아 공부하고 달달박박은 아미타불을 원불로 삼아 수행을 했습니다. 두 수행자의 공부가 거의 익어갈 무렵 관세음보살이 공부를 돕기 위해 아리따운 여인의 몸으로 환해서 달달박박의 처소를 찾습니다. 그리고 하룻밤 잠을 재워주기를 청합니다. 그러나 박박은 여인을 수행자의 처소에 들일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결국 관세음보살이 현신한 여인은 노힐부득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 묵기를 청합니다.

날이 어두워짐을 알고 자비심을 낸 노힐부득은 여인을 암자에 머물게 합니다. 그런데 여인은 해산을 해야겠다며 목욕물을 청하고 부득이 목욕물을 데워 주자 여인의 목욕물이 금빛으로 변하며 향기가 나게 됩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의 모습으로 돌아온 여인의 말에 따라 물에 목욕을 한 부득 또한 금빛으로 빛나며 성불을 하게 됩니다. 한편 부득이 여인으로 인해 파계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비웃음을 머금은 채 부득의 암자를 찾은 박박은 이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부득의 말에 따라 금물에 목욕을 하고 성불을 하게 됩니다. 일연 스님은 신라 때의 이 내용을 기록하며 여기에 등장하는 관세음보살이 바로 화엄경의 마야부인 선지식과 같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성 선지식에 대해 말했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환입니다. 때에 따라 여자로 남자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성의 몸일 때는 여성의 특징적인 장점을 가지고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장점이 자비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청정한 신심으로 선근을 심고 심은 선근으로 신심을 더 원만하게 해 보리심을 일으켜 초발심시변정각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정리=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이 법문은 10월 3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해주 스님이 서울 종로구 부암동 수미정사에서 법문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해주 스님은

청도 운문사에서 성관 스님을 은사로 득도, 동학사 불교전문강원과 동국대 불교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화엄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및 수미정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화엄의 세계』 『의상화엄사상사연구』 『불교교리 강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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