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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피해 주는데 몰두하는 기독교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는 매시간 살아 움직인다.

하지만 매시간 철저히 이성적으로 살아있음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고교시절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었다. 작가는 글에서 간결한 표현으로 우리 삶을 정의하곤 했다. 정말 책속의 명제들을 모은다면 그대로가 또 한권의 명언집이 될 것도 같았다.

어느 작품에서인지 이런 문장이 있었다.
‘인생은 생각하는 자에겐 희극이고, 느끼는 자에겐 비극이다.’
이 명제를 접한 이후 오랜 세월 동의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역으로 ‘느끼는 삶은 희극이고, 생각하는 삶은 비극이다’라고 해야 옳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곤 했다.

세월이 흘러 삶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삶이 펼쳐졌다. 신 앞에 경건히 기도하며 하루를 마감하던 학창시절도 지나갔고 더 이상 신에게서조차 삶의 자양분을 얻지 못한 청춘은 그토록 갈구했던 절대자를 버리고 종교를 잊은 삶을 살기도 했다. 다시 세익스피어의 명제를 떠올린 것은 출가 이후의 일이었다. 강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불교 교리를 학습하면서 처절하다고 할 만큼 굳세게 감성을 버리고 이성의 텃밭에 발을 내딛도록 하는 불교의 가르침은 그 어느 때보다 이성적 사고의 중요성을 각성시켜 주었다.

가혹하다고 할 만큼 냉혹한 현실과 이성에 뿌리를 둔 불교교리를 학습하면서 얻은 기쁨이 있다면 이성적 사고에 대한 한없는 환희였다. 잔뜩 감정에 몰입해서 울부짖으며 신을 갈구하며 보낸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 철저히 이성적 사고로 접근해 일구어 내는 사유의 즐거움은 삶의 환희로 이어졌다.

오히려 교리를 학습하면서 지나친 이성적 접근으로 인해 가슴 따스한 신앙심을 잊을 뻔도 했다. 젊은 호기로 단순한 교리적 이해로 해탈의 경지를 넘나 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출가초기 익혔던 하심(下心)은 결국 타인 앞에서 고개 숙임이 아니라 교만하고 의기 탱천했던 젊은이를 삶의 깊이 앞에 조용히 만용을 내려놓게 만들어 주었다.

이성은 차갑고 힘들게 다가와 상상하지 못한 한없는 환희의 꽃을 피워주었다. 생각하고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 벅찬가를 부처님의 가르침 앞에서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유의 기쁨은 일시적 짜릿한 기분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내 가슴 안에 가득히 머물며 얼굴에 환한 미소로 피어올랐다.

어느 도반이 차갑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불교는 프로의 종교인기라 아마추어들은 흉내만 내고 따라 할 뿐이지….’
잠깐의 감성적 흥분은 불교와의 가교 역할을 해줄지는 몰라도 철저히 이성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취미로 즐기는 스포츠 동호인들처럼 우리 불교의 깊고 깊은 맛을 알기는 힘들 것이다. 출가 후 이성적 사유의 즐거움에 눈을 뜨고 다시 찾은 미륵반가사유상은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희극을 관람하는 듯 가장 행복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와 주기도 했다.

세간에 울산역 통도사 부기와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이 기독교계의 조직적인 반대운동으로 무산됐다고 한다. 기존에 결정된 일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지역의 불교계에 안타까운 마음이 한없이 밀려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계에서 조직적으로 불교계 현안들을 반대하는 모습이다.

환희로운 이성을 타인에게 손해가 되는데 몰두하는 모습이 너무나 측은하다. 부디 이교도들이 아름다운 이성적 삶으로 인생의 희극을 즐기며 넉넉히 살아가기를 측은히 기도하고 싶다.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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