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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합창단 선교 활동 점입가경

기자명 법보신문

기독교 안 믿으면 왕따 버젓이 교회 예배 공연

주민들 문화향유는커녕 듣기조차 거북할 정도

 
지난 5월 부평감리교회 음악예배에 참석한 안산시립합창단 공연 모습을 비롯해 시립합창단들의 공연 안내포스터와 각종 찬송가 음반들.

지자체합창단의 선교 활동이 도를 넘고 있다. 찬송가 앨범 참여는 물론이고 버젓이 교회 초청예배에 참가해 기독교를 찬양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연말 찬송가 일색의 선교 공연을 개최해 물의를 일으킨 당진군립합창단은 찬송가 앨범 4장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돼 또 다시 종교편향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진군립합창단이 아티스트로 등록된 앨범은 ‘부활절 칸타타-갈보리산 위에’를 비롯해 ‘크리스마스 칸타타-왕의 왕이 나셨네’, ‘나의 생명 드리니’, ‘성소에서 찬양하라’ 등이다. 이 가운데 ‘나의 생명 드리니’와 ‘성소에서 찬양하라’는 기독교 도서음반판매 인터넷 LIFEBOOK에서 1만 5천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었다.

합창단을 관리하는 당진문예의전당 박근식 공연감독은 “예산을 들여 제작한 것이 아니라 기획사의 요청에 의해 녹음했으며 보수는 받지 않고 제작한 앨범을 단원들이 받는 걸로 끝났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이번 일을 합창단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진군립합창단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휘자를 비롯해 단원들의 대부분이 기독교인임을 드러내놓고 소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지휘자는 염광교회 시온찬양대 지휘자이며 부지휘자는 대전제일교회 온누리찬양대 지휘를 맡고 있다. 또 사무국 단무장은 아산 큰사랑교회 지휘자로, 기획홍보담당 역시 평택선한목자교회 할렐루야찬양대 지휘자로 공공연히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있다. 단원 중에서도 신촌성결교회 예루살렘 성가대 솔리스트, 영등포 당일교회, 인천 십정동교회 지휘자임을 이력에 공개 표기했다.

당진군립합창단 정승택 지휘자는 “보통 관행적으로 프로필에 올리는 것이며 특정종교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문제는 합창단원들이 사실상 준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이다. 당진군은 1년 인건비로만 8억 1000여만원의 예산을 합창단에 지원해왔다.

군의 2010년 세출예산사업명세서에 따르면 지휘자와 부지휘자, 단무장 등 합창단 수장들은 연차수당을 포함해 각각 월 380여만원, 290여만원, 180여만원의 급여를 수령해왔다. 공무원법상 공무원은 업무상 종교적 편향이나 차별을 두지 않아야한다는 법적 근거가 있어 특정종교인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나타낸 것은 문제라는 게 교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한기남 사무처장은 “서울시 공무원이 명함에 십자가와 성경 문구를 넣어 종교차별로 판정 받은 것과 같은 사례”라며 “군 예산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단원들은 준공무원으로, 종교적인 이력을 게재해선 안 된다.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본지 조사결과 전국의 지자체합창단이 당진군립합창단과 같은 선교 행위를 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합창단들은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속 지역을 대내외에 홍보한다는 ‘공식적인의 활동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선교에 치중돼 있는 현재의 지자체합창단의 활동은 ‘문화향유’는 고사하고 기독교도가 아닌 경우에는 일상적인 정기공연조차 듣고 있기가 거북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지자체합창단은 해당 지역의 각종 기독교 행사에도 단골로 참석하고 있었다. 지자체합창단들이 지역 내의 각종 시설이나 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하는 사례는 정당한 활동의 범주에 들지만 교회 등 특정 종교의 종교의식에 참석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인천시립합창단의 경우 지난해에만도 네 차례에 걸쳐 인천 지역 교회에서 공연을 가졌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합창단 초청 음악예배라는 형태로 진행한 종교 의식도 있었다. 안산시립합창단도 지난 5월 부평감리교회가 주최한 음악예배에 시립합창단의 이름으로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종교 편향적 활동을 보이는 지자체합창단의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 매년 수차례 열리는 정기공연을 비롯해 신춘음악회·송년음악회 등 각종 기획공연 그리고 각종 초청공연에서 찬송가를 비롯한 성가곡 등 기독교 음악이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헨델, 하이든, 멘델스존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대 오라토리오를 비롯해 바흐 등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고전 교회음악들이 합창 음악의 고전 명곡이라는 점을 감안, 이를 주제로 열리는 기획 공연은 차지하더라도 일상적인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불특정 다수의 주민을 대상으로 열리는 상당수 정기연주회에서 조차 ‘성가곡’이나 ‘찬송가’ 등의 타이틀로 수곡의 기독교 음악이 공연되는 것은 ‘주민의 문화 향유’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를 믿지 않을 경우 합창단 활동을 견딜 수 없을 뿐 아니라 왕따 당하기 일쑤라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박종찬 주임은 “얼마 전 기독교음악상점을 운영하는 기독교인으로부터 지자체합창단이 정기공연 등 공식적인 무대에서조차 찬송가나 성가곡 등을 빈번하게 연주해 선교에 준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기독교인이 이 같은 제보를 할 정도라면 지자체합창단의 종교편향적 활동 수위가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고 판단, 자료 수집과 실태 파악 등을 거쳐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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