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것은, 시공 초월한 ‘진리의 꽃’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0.10.25 16:01
  • 수정 2010.11.29 04:30
  • 댓글 0

‘고려불화대전’을 보고
‘천불만다라’ 화가 이호신 씨

고려불화를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하고 애잔하다. 작품에도 운명과 팔자가 있는 법인가. 6개국에서 모은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는 역사의 거울로 시공을 초월한다. 재난과 사변 많은 고향을 떠나 있었기에 오히려 온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사연의 고려불화. 그 ‘진리의 꽃’이 고향에서 다시 향기를 발하고 있다.

세계에서 160점이 고작이라는 인류문화유산의 고려불화. 그 가치는 존재성을 넘어 성스럽다. 이번에 출품된 66점의 불화는 한마디로 화엄의 세계요. 장엄의 극치다. 종교와 예술이 만나 빚은 지고선(至高善))의 세계다. 고려인의 성정과 독창성이 주목받고 환희와 찬탄 속에 경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불국토의 신앙과 제작자의 노력은 불화의 질을 높였고, 깊은 외경의 붓길은 속기를 초탈했다. 재료와 기법도 당시 중국, 일본에 비해 창신(創新)의 장(場)을 열었음이 비교된 전시에서 드러난다.

어떻게 보색관계인 붉음과 청록이 저토록 화합 속에 무르녹으며 극세필의 공력, 화려한 문양과 채색이 한 울림 속에 침잠할 수 있는지? 고려불화는 이렇듯 스케일과 밀도에서 모두 탄탄한 구성을 보여 준다. 높은 예술성과 함께 깊은 숭배감을 자아낸다.

‘아미타불’과’지장보살도’의 중후한 색채, 도상의 변화와 비례 속의 안정된 체감. ‘수월관음보살도’의 우아한 자태, 그 이면의 자애와 성스러움. 이에 비해 ‘나한도’는 소박한 표현으로 수행자의 면모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나온 ‘사경변상도’의 필의, 그 치열한 성심 앞에서는 숨이 멎을 수밖에 없다. 또 특별이 눈길을 끈 물방울속의 ‘수월관음도’(일본센소지 소장)는 마치 ‘하나의 티끌 속에 시방이 다 들어있다’(一微塵中含十方 )는 법문을 연상케 하였으니…. 그리고 오롯이 고려불화를 한마디로 함축한 전시장의 패널을 보는 순간, 눈과 마음이 꽂혔다.

‘아름다움은 시공(時空)을 초월하고 ,염원은 생사(生死)를 뛰어 넘는다’
이제 우리는 고려불화를 통해 우수한 민족문화의 자긍과 함께 성찰이 요구된다. 이 위대한 예술혼과 정신문화를 실현한 유전인자를 새롭게 발아시켜야 한다. 이른바 약탈로 인해 지켜내지 못한 고려불화의 운명도 우리가 인정해야할 몫이요, 교훈이다.

그리하여 다시 700년이 흘렀을 때 21세기의 불화는 어떻게 인류의 공감 속에 자리매김 될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 하여 새삼 ‘고려불화’를 통해 깨우친다. 당대의 국제성과 독창성, 그리고 인류애가 깃든 종교와 예술의 극치를, 그 숭고한 불이(不二)의 만남을….

아쉽지만 다시 민들레 꽃씨처럼 흩어질 고려불화는 어느 곳에 있던 불광(佛光)으로 세상을 비추리라. 누구에게든 ‘진리의 꽃’을 보게 하리라.


이호신 화백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인이다. 동국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우리 산하의 정겨운 마을과 이웃, 다양한 문화유산, 생태 환경 등을 화폭에 담아왔다. 특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불화’를 조성하고자 ‘진리의 숲 천불만다라’를 주제로 화폭에 천불을 조성, 본지에 연재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