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88. 마음의 자유

기자명 법보신문

절제·집중·통찰이 엉킴을 푸는 열쇠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감으면 그 파도 소리는 생생한 고요함과 부드러운 물결의 일렁임을 마음속에 만들어 낸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아도 파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음은 그렇게 된다. 이번에는 눈을 떠 마치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 빛을 본다. 또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어렸을 적 앞마당 작은 마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그냥 듣기만 하고 보기만 하려 해도 우리의 마음은 보는 것과 듣는 것의 내용에 따라 같이 춤을 춘다. 보는 순간, 또 듣는 순간, 즉각 우리의 마음은 반응과 의도를 일으킨다. 그렇게 일어난 반응과 의도를 우리는 피할 수 없고 그런 반응과 의도들이 평소 마치 나 자신인양 살아간다. 우리가 외부의 대상을 접하는 순간 일어나는 반응과 의도는 즐거운 것도 있고 괴로운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반응과 의도들은 사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주범일 때가 대부분이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결국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문제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고 사는 것 같아도 대상을 보면 저절로 반응은 일어난다.

이렇게 보는 것에, 듣는 것에, 먹는 것에, 느껴지는 것 등에 즉각 반응과 의도가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외적 내적 대상에 엉켜 있다고도 하고 속박되어 있다고도 한다. 외적 내적 대상에 엉키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한 우리는 스스로 행복할 수도 없고 마음의 상태 또한 주체적이지 못하고 항상 대상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근본적으로 괴롭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내면적 외면적 엉킴을 풀어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수행을 한다. 엉킴을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실천 조항이 따라야 한다. 첫 번째로 정신을 바짝 차려 마음이 대상에 반응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절제를 실천하는 길이다. 두 번째로 마음을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집중하는 삼매를 실천하는 길이다. 세 번째로 통찰지혜의 길이다.

통찰지혜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거나 듣거나 느끼고 있는 대상이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조건과 원인에 의해 만들어 졌고 일시적으로 조건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통찰지혜를 잘 실천하면 대상에 대해 가졌던 가치가 변화며 가치가 변하면 일어나는 반응과 의도도 줄어든다.

절제와 집중, 통찰이라는 세 가지 실천 조항이 잘 지켜질 때 우리는 내적인 외적인 대상에 더 이상 얽히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다. 또 올바른 수행은 반드시 이 세 가지 실천 조항을 명확히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하여 반드시 유익한 변화를 체험하게 한다. 통찰지혜를 실천하는 것을 반야바라밀이라고 한다. 입으로만 반야를 외친다고 엉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 대상을 사실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