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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따뜻한 시장과 차가운 시장

기자명 법보신문

옛 장터는 서로의 정까지 나누는 교류 공간
생협·공정무역 등 건강한 소비운동 펼쳐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예전에는 거의 없던 피부병입니다. 대체로 농약, 비료 및 온갖 첨가제로 버무린 식품을 많이 먹거나 화학재료가 들어 있는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새집증후군 등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때문에 유기농식품을 먹기 위해 도농공동체를 만드는 생협에 참여하거나, 도시를 벗어나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시장은 대체로 5일장이었습니다. 장터에서 각자 농사지은 물건들을 가져와서 팔고 교환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놀이가 빠질 수 없습니다. 탈춤, 꼭두각시놀이, 남사당놀이, 풍물놀이 등이 바로 이렇게 펼쳐진 장터에서 발달했던 민중들의 전통놀이문화입니다.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 간의 정보를 주고받고 공동체적인 놀이와 문화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터이기도 하고, 떨어진 사람끼리 소식과 연락을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이었습니다. 때론 자식들의 혼사가 오가는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질녘 노을을 바라보면서 장에 가신 아버지가 사오실 꼬까신을 목을 빼고 기다리다 동구 밖에서 들려오는 술 취한 아버지의 정겨운 노랫소리도 잊을 수 없었던 작은 축제입니다.

요즘은 물건을 생산해서 돈은 벌기 보다는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 등 투기와 고리대업으로 일확천금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물건을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의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서 생산자는 소비자가 아토피가 생기든, 건강에 악영향을 주던 말던 잘 팔리면 된다고 생각해서 착색제 발색제, 비료 농약을 치며 농산물을 만들어 팝니다. 소비자도 물건의 질보다는 외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돈만 벌면 되는 것입니다. 당장 잘 팔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차가운 시장’이라고 합니다. 이 시장은 커질수록 인간과 인간간의 많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그러나 예전의 장터는 생산한 사람, 소비하는 사람 서로 얼굴을 잘 압니다. 또한 사돈에 팔촌이 다 연결됩니다. 그러니 물건을 함부로 만들거나 잘못 만들면 안 됩니다. 이때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단순히 돈벌이만이 아니고 사람의 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물건을 만들 때도 사는 사람을 잘 알고 정성을 기울여 만들면 그 물건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마음이 배어있는 물건이 됩니다. 이러한 교환이 일어나는 시장을 ‘따뜻한 시장’이라고 합니다.

요즘의 시장문화는 바로 ‘차가운 시장’, 서로 얼굴을 모르는 ‘익명성의 시장’입니다. 돈만이 유일한 가치입니다. 그러니 이 시장에서 인간은 서로를 이용하는 반생태적인 시장이 됩니다. 그러나 생태친화적인 사회는 ‘따뜻한 호혜 시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대면적인 거래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생활협동조합운동’은 단순히 유기농농산물을 먹는 것이 아니라 농부와 소비자가 서로 신뢰하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사고파는 운동으로 시작됐습니다. ‘공정무역’도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한 건강한 물품의 유통마진을 줄이고 구매하는 국제간 좋은 거래운동이며 소비자운동입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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