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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잊지 않아야 할 일

기자명 법보신문

고통 속에서 영산율원 지켜온 세월 떠올라
반룡사 계율근본도량서 새로운 희망 발원

사람의 일생에 잊어야 할 일과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잊어야할 일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요.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수행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나에게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일은 바로 이런 일이다. 1991년 자운 스님께 이런 부촉을 들었다.

“두 사람은 내가 죽은 뒤에라도 이 계단을 잘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뒤부터 의무와 신심을 다했다. 갈마를 하고, 강의를 하고, 습의를 시키고, 일보 일배와 삼보 일배를 시키고, 철야정진을 시키면서 젖은 땀에 목욕을 한다. 그리고 삭발을 하고 수계를 하려고 도열한 모습에서 대견한 생각이 든다. 바로 이 모습이 지금까지 수계산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갈마를 통해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한번만 봐 주십시오” 하고 애원을 하던 그 사미들은 지금은 무엇을 할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열심히 수행 정진하고 있다면 좋을텐데….
부처님 당시에는 수계자와 계를 일러 주는 계사스님이 1대 1로 마주보고 수계를 했다. 3인이 1단이거나, 5인이 1단인 경우도 있었다. 수계자와 계사 스님의 말소리가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계식 때 눈물을 삼키는 행자들이 가끔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런 모습도 차츰 보기가 어려워졌다. 쉽게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이렇게 잊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사(移徙)를 가야한다. 이곳에 살면서 사분율장 60권 완간본을 냈었고, 계단30년사 책자도 발간했고, 율장연구회를 만드는 등 뜻 깊은 일이 많았다. 이렇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가 그간에 아무도 모르게 교만이 가득하여 그 과보로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른다.

‘율장연구회’ 현판식을 했던 그날 밤 현판은 아궁이로 가고 말았다. 놀랍고 두려웠다. 이렇게 끔찍한 고통들을 당하면서도 우리는 어른들이 늘 강조하시던 ‘화합’이라는 말이 떠올라 참고 이렇게 살았었다.

이제 지난 일들을 다 잊고 다시 일어서려고 이사한 곳은 살던 곳보다 더 열악하다. 그러나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종단의 대사(大事)인 이 불사를 원만하게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한다. 천불 천탑을 세우고 발 닿는 곳마다 무한의 복을 짓는 다해도 수행자 한사람 키운 공이 더 높다고 했다.

이 도량에 오고 보니, 무엇이든 함께 해준 어른 스님들을 비롯해 공부를 마쳤던 학인들, 전계제자들에게 고맙고 고마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사를 결심하고 가까운 제자에게 “이젠 이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스님, 그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스님의 환경을 말씀 듣고 저희들의 마음도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그 소리에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른다. “나를 부처님처럼 믿고 산다”는 이 스님들에게 이렇게 마음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또 큰스님들에게는 얼마나 마음 아프게 해드렸을까?

성수 큰스님, 보성 큰스님, 고산 큰스님, 정관 큰스님, 등각 큰스님, 종진 큰스님, 성우 큰스님, 무관 큰스님 등 여러 큰스님들은 은인과도 같은 큰스님들이시다. 금생에 은공을 다 갚고 갈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영산율원에서 공부한 학인 여러분들 뒤에는 계단과 율장연구원이 있어서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고 ‘반룡사 계율근본도량’이 함께 함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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