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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권선을 왜 부끄러워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는 하루에도 무수한 변화에 직면하며 살아간다.

많은 변화는 우리들에게 계속적으로 선택을 요구한다. 무수한 변화와 변화에 따르는 선택으로 말미암아 힘겨워하기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며 그 누구도 동일한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약천사를 참배 와서 아름다운 우리전통 한옥의 아름다움과 탁 트인 바다 앞에 서서 모두들 더없는 행복을 즐긴다. 오후 나절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참배를 막 마치고 돌아가는 스님이라고 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타종교 성직자와 신자들을 데리고 약천사를 참배 왔다면서 언짢은 기분을 토로했다. 큰법당에 들어서자 법당보살들이 공양미 올리기를 권선한 것을 두고 다른 종교인들 앞에서 너무나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기분을 누구나 이야기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황당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스님이 되어서 불보살님 앞에 공양미를 올리시라 권고하는 일을 부끄럽게 느끼는지 알 수가 없다. 사문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해서야 되겠는가?

그 스님에게 함께 온 타종교인들에게 “부처님께 예를 올릴 때는 불전을 올리거나 다섯 종류의 공양물을 올리는데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으니 이곳에서 마련해 올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 오랜 우리불교의 문화요, 예절입니다” 라고는 왜 말 못했느냐고 했다. 스님은 법당입구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사찰에서는 주차장부터 법당까지의 길에 마땅한 공양물을 구입 할 가게가 없다.

오래전 일이다. 해외여행 자유화바람이 막 일기 시작 할 무렵 해외로 나가서 예의를 지키지 않아 많은 곳에서 ‘어글리 코리아’로 비웃음을 산다고 홍보하였다. 그 중에는 해외에 김치를 가져가서 먹는 일, 된장을 가져가서 먹는 일들도 있었다. 우리가 우리문화에 정당성을 잃어버릴 때 세상 그 누구도 우리를 감싸주지 않을 것이다. 남의 돈을 훔치거나 남의 몸과 마음을 상해하는 일이 아니면 서로의 의견차이일 뿐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절 입구 다리 결에 갔더니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참배객들에게 뭔가를 오는 열심히 나눠주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조끼에 ‘장금이’ ‘이만수’ ‘중학생’ 이라고 쓰여진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나누는 명함을 한 장 받아보니 ‘쌍코피 터질 때까지 부킹!!!’ 이라고 찍힌 모 나이트클럽 명함이었다. 웨이터들이었다. 왜 하필 사찰 앞에서 돌리느냐고 했더니 이곳이 관광객이 많아서 물이 좋다고 한다. 사람들은 연신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떠들어 댔다.

생각해봤다. 자식들의 학업성취와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기를 권하고 불사에 동참을 권하는 일을 권선(勸善)이라고 한다. 좋은 일을 권한다는 말이다. 참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술 먹기를 권하고, 외도를 부추기는 일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우리 불자들이 자식의 손을 잡고 사찰을 참배한지가 과연 얼마였을까? 혹 사찰에 참배 왔다면 그들에게 보시의 공덕을 얼마나 진지하게 가르쳐 보았는가?

오늘도 많은 올레꾼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후원으로 들어와 밥을 찾는다. 인사를 건네면 황급히 “법당에 가서 불전도 올렸어요” 라고 말하며 겸연쩍어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공덕을 닦고자 올린 공양미의 복전이 되기도 한다. 오늘따라 참으로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 바로 알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무래도 차가운 날씨 탓인 것만 같다.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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