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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삼보일배

기자명 법보신문

나 버리고 하심 배우는 수행법
욕심 채우기에 악용 해선 안돼

외국에 사는 코 큰 사람들이 ‘석가모니불’을 부르며 맨 땅에 코를 박고 절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삼보일배(三步一拜)이다. 이 절은 애당초 이 코큰 사람들처럼 정치구호를 외치려고 시작한 절이 아니다.

어른 스님들께서 이제 갓 출가한 행자들을 교육 시키라는 말씀에 거역하지 못하고 가르치다가 우연히 생각이 나서 한 번 시작을 해 본 것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삼보일배의 유래로 생각된다. 시쳇말로 인기를 끌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스님이 보시면 어떤 기분이십니까?”라고 물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난감할 때도 있다.

삼보일배는 자신의 교만과 아만심을 꺾으려는 실천수행의 하나이다. 온갖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그 땅위에 갖가지 더러운 오물들이 깔려 있고, 몸을 다치게 하는 쇠 부스러기 등이 늘려 있는 길바닥에 이마를 땅에 대고 절을 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버리려는 하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마가 땅에 닿는 순간, 땀과 오물이 뒤범벅이 되어 버린다. 그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해 보기도 하고, 지나간 사람이 뱉은 가래침이나, 동물들의 오물이나, 평소에 싫어하는 온갖 오물들을 통하여 나의 인내심을 배운다. 이러한 수행 목적을 가진 삼보일배가 오늘날에 자신의 주장을 펴는 도구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렇게 변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옛날 우리 할머니가 “무엇이든 도둑질만 제외하고 다 배워야한다”고 하셨는데, 우리 할머니라도 이런 것까지는 배우라고 하시지는 않을 듯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할머님이 보고 싶어진다. 배우신 것 없으셔도 보탬이 되는 것과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셨다.

이제 고령화시대에 우리도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 고령화 세대가 한 가지 남기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만의 장점이었던 아끼고, 부지런하고, 인정 많던 그 마음씨만큼은 물려주지 못한 것 같다. 웃는 말과 웃는 얼굴을 주고받는 인성은 물려주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것을 참회하는 절이어야 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삼보일배의 진가는 욕심내고 성내고, 어리석음 등을 버리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내 것으로 만들거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목적에 삼보일보를 도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를 닦는 사람이 도인(道人)이 아니라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바로 도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어쩌다 깨끗하고 맑은 마음씨를 갖고 살던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도 돈 때문인가? 스님들은 적어도 돈 만큼은 천 원짜리 지폐이든, 만 원짜리 지폐든 어른에게 받으면 엄마에게 돌려주는 어린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돈을 받지 말라 하시니, 어리석은 제자들은 그러면 손으로 받지 않고 입으로 받으면 될 것 아닌가 했다. 입으로도 받지 말라 땅에 내려놓고 물러나면 받으라 하셨다. 돈은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있어 악업을 짓는 원인이 된다. 지폐 몇 장이면 무엇으로든 바꿀 수 있다. 부처님도 바꾸고 복도 바꾸고 아무튼 못하는 짓이 없다. 돈이 우리를 이렇게 홀린다.

이마에 땀 흘리며 석가모니불을 부르는 그런 정신으로만 살아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삼보일배를 올리는 공력의 반만이라도 평상시에 남에게 베푼다면 그 공력도 작은 것이 아니다. 나무석가모니불.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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