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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역사왜곡’과 ‘친일의 업보’

기자명 손석춘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동북아시아가 논쟁에 휩싸여 있다.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과 학살의 역사를 다시 미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른바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작성한 2002년도 중학교 역사교과서(초고)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해방전쟁으로 서술했다. 조선을 식민지로 강점한 것도 합법적이란다. 심지어 종군위안부는 없었고 위안부의 자발적인 매춘만 있었다는 망발까지 버젓이 실려있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 못해

물론 일본 역사교과서 개정은 아직 진행형이다. 교과서로 채택되기 이전에 일본 안팎의 비판 여론에 밀려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받고 이미 일부 대목은 고쳐지기도 했다. 일본 안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지성인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곰비임비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더 근원적인데 있다. 식민지 침략전쟁이 아시아 해방전쟁이었다는 역사인식이 단순히 몇몇 일본인들의 깜냥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오늘의 일본인들 내부에 깊숙이 깔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매국노가 독립유공자로 둔갑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회장은 “일부 수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자신들의 사고는 전혀 변함없다”고 당당하게 공언하고 있다. 교과서 개악을 모리 총리를 비롯한 집권당 지도부가 은근히 부추긴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나치의 침략에 대해 주변국들에게 사죄하고 역사교과서가 나치의 만행을 샅샅이 고발하고 있는 독일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자 내정간섭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분개할 일만은 아니다. 왜 이런 문제가 거듭되는가에 냉철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들이 식민지 침탈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실제로 을사오적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정치지도자들이 ‘한일합방’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땅의 정치인들은 일본과 맞서 총 한번 쏘지 않고 나라를 송두리째 넘기는데 동의했다.

그 ‘공로’로 그들은 식민지 조선에서 귀족의 대접을 받으며 호의호식했다. 더 큰 문제는 21세기를 맞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내부에서 아직도 친일의 과거가 청산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업감연기(業感緣起). 무릇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변화하는 모습은 중생의 업인(業因)에 의해 생긴다.

‘식민통치로 조선은 근대화됐다’는 망언을 일본으로부터 되풀이해 듣는 수모 는 나라를 팔아 넘긴 친일세력들이 해방 뒤에도 활개친 역사의 업보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업보의 매듭을 풀 사람은 누구일까. 불교의 가르침 그대로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남북, 일제 잔재 공동 대응해야

두꺼운 업장(業障)을 풀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친일의 역사를 지금이라도 말끔히 청산하는 길이다. 여적 우리는 친일파가 독립유공자로 둔갑한 세상에 살고 있다.

“황공하옵게도 천황폐하께옵서는” 운운하며 일본 왕을 찬양하던 언론이 예의 ‘민족지’ 행세를 하고 있다. 이 오욕의 역사는 더 늦기 전에 단절해야 마땅하다.

또 하나는 이 기회에 남북통일의 초석을 놓자는 것이다. 남북 역사학자들은 이미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공동대응하기로 약속했다.

그 공동대응 과정에서 남과 북이 서로에게 겨누었던 적대감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터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발호에 우리가 올바르게 대응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업감연기의 뜻을 오늘 새기는 까닭이다.



손석춘(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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