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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을 걸다] 21. 거짓말의 발명

기자명 법보신문

거짓말 속 진실

 
영화는 거짓말 속에 감춰진 진실을 그린다.

“코카콜라를 구할 수 없을 때 대용품으로 드시면 좋아요.”

이런 펩시 광고 문구를 본 적이 있나요. 코카콜라는 “콜라는 설탕물일 뿐입니다. 그러나 다들 좋아합니다. 앞으로 계속 이용해주세요”라고 광고를 합니다. 이렇게 솔직한(?) 광고는 처음입니다. 현실 속 이야기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모두가 ‘진실’만을 말하도록 사람들이 태어났다면 어떨까요. 여과 없이 속내를 밝히는 세상. 거짓말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회사에 전화해 “그냥 당신들이 보기 싫다”는 이유를 대고 결근을 합니다. 또 다른 이는 길 가는 부모와 아이에게 “얘가 꼭 쥐처럼 생겼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집니다. 이렇게 모든 이들이 ‘진실’만을 말하는 곳에서 마크는 이른바 ‘루저(loser)’입니다. 마흔 살인 그는 죽음만 기다리는 노모를 부양하며, 잘나가는 영화사의 못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사무실 여비서는 “나 같은 유능한 여자가 왜 당신처럼 무능한 땅딸보 뚱보 루저의 비서 노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짝사랑하는 여인에게도 “돈, 명예 그리고 유전적인 우월함이 없다”는 말로 딱지를 맞지요. 그에겐 세상사가 불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그는 능력자가 됩니다. 혼자서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거짓말’이란 단어조차 없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설명하기도 벅차 합니다. 그런 그에게 노모의 죽음이 다가옵니다. 노모는 죽음을 몹시 두려워하지요. 그는 사랑하는 노모의 죽음과 두려운 심정을 달랠 방법을 몰라 눈물을 흘립니다.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노모의 죽음이 보다 평안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거짓말을 만들어 냅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행복한 곳”이라는 거짓말로 노모를 위로합니다. 노모는 행복한 표정으로 임종을 맞습니다. 노숙자에게, 늘 다투는 연인에게, 삶을 비관하며 자살만 생각하는 이웃에게 따듯한 거짓말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위키백과는 거짓말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미 거짓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를 사실로 믿게 하기 위해 하는 실제와 다른 발언 또는 일부만 사실인 발언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의, 수치, 공포, 다른 사람에 대한 보호 등의 이유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거짓말을 해본 적 있나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잘 될거야”라는 거짓말은 진실보다 큰 힘을 발휘하리라 믿습니다. 그 거짓말 속에 담긴 배려를 사랑하고 있는 이들도 충분히 짐작할 테니까요. 마크는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언젠가 난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다 늙어지면 보잘 것 없어진다”는 고백을 듣고 이렇게 거짓말(?)을 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세상에서 당신은 가장 아름다울 거예요. 적어도 내게는….”

사랑이 담긴 거짓말 틈바구니에서는 꽃이 피고 향기가 납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나요.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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