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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자상은 우리나라 사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불교 조형물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모습이 생동감 있으면서도 단순하고 익살스러운 미를 갖고 있어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석사자상은 일제강점기 때 상당수가 파괴되거나 일본으로 반출 되는 등 수난을 당했고, 그 때문에 지금도 그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석사자상은 왜 시대를 초월해 사찰이나, 불상, 석탑, 부도, 석등 등 불교의 여러 조형물에 빈번하게 나타났을까. 또 어떤 연유로 언제부터 제작되기 시작했을까. 일상에서 의문부호 달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궁금증이다.
불교에서 사자는 흔히 두려움이 없고 모든 동물을 능히 조복시키는 백수의 왕으로 상징된다. 고대 인도에서는 사자를 제왕과 성인의 위력에 비유하였고, 불교 경전에서는 석가를 인중사자(人中獅子)라 칭했으며, 그 설법 또한 모든 희론을 멸한다고 해서 사자후(獅子吼)라고 했다. 절에서 만나는 돌로 빚은 사자상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석사자상을 두고 이숙희 인천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리관실 감정위원은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리는 평범하고 소박한 석사자상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유심히 바라보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옛사람들과 미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또 잊어버렸던 오래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옛 사람들의 삶과 꿈』에는 사자처럼 위용 있게 때로는 소박하게 보이는 석사자상을 비롯해 사찰 꽃 장식, 고려청자, 연꽃 그림, 사찰 시루 등 문화재감정위원들이 전하는 색다른 문화재 이야기가 실려 있다. 20명의 문화재감정위원들이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화, 도자기, 석상은 물론 고문서, 민속유물 등 문화재를 폭넓게 아우르며 그 속에서 옛 사람들의 삶과 꿈을 전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감정위원들의 눈을 통해 새롭게 문화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이 책은 국가지정문화재의 70% 가까이가 불교문화재인데서 나타나듯, 불교와 연관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화재감정관실 감정위원들이 2007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꾸준히 연재해온 문화재칼럼 중에서 일부를 가려 엮은 이 책은 ‘문화재, 그 아름다움에 눈뜨다’, ‘옛사람들의 삶과 꿈을 마주하다’, ‘위작, 일그러진 탐욕을 벗기다’, ‘문화재 발굴과 해석에 얽힌 뒷이야기’ 등 4개 단락으로 나눠 구성됐다.
‘꽃비를 내려 성불을 경축하다’라는 주제로 시작하는 책에서는 전문가들만의 시각으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거나 미처 몰랐던 문화재의 아름다움에서 새롭게 눈뜨고 어떤 이유로 그러한 문양이나 형태 등을 즐겨 그리고 새겼는지를 전해줌으로써 옛 사람들의 미감을 공유하고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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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불교문화재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한편, 불교문화재가 옛 사람들의 삶에 얼마만큼 친밀하게 다가서 있었는지도 느낄 수 있다. 1만 4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