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살림과 모심] 생태사회 만드는 ‘신념시장’
[생명살림과 모심] 생태사회 만드는 ‘신념시장’
  • 법보신문
  • 승인 2010.11.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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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도덕과 공공선 창출
이익 버린 대가로 두터운 신뢰 얻어

햄버거를 온 국민이 먹는다 해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TV라고 해도 한국사회의 시장규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시장은 누군가 선점한 뒤 호황을 누리면 많은 기업들이 그 업종에 뛰어들어 결국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걸 ‘레드오션’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시장은 상품시장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정부의 정책을 주시하고 국민의 세금이 효율적으로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Watch Dog’ 활동이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인권을 지키며 감시하는 활동, 가난한 나라의 긴급구호를 하고 개발지원을 하는 시민사회활동은 물건을 생산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러나 선한 사회적 가치와 도덕적 사회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생산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시장으로 본다면 신념시장(Market for Convictions), 혹은 도덕적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신념시장은 상품시장과는 달리 레드오션이 없습니다. 한 환경단체가 전국의 환경문제를 모두 지켜낼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지역에서 많은 환경단체들이 결성되면 될수록 환경운동으로서는 좋은 것입니다. 해야 할 많고 무거운 과제를 서로 나눠 해결하기 때문에 고맙고 반갑지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상품시장은 한계가 있어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투쟁해야하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정글 법칙이 통용되는 각박한 사회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88만원 세대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어학연수와 컴퓨터, 하다못해 성형수술까지. 그래도 취업의 문은 너무 높고 좁습니다. 상품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포화상태입니다. 그러나 신념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블루오션입니다.

 

실직자가 많으면 정부로서는 큰 재정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홈리스나 자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원인이 되며 사회전체의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사회단체의 활동은 사회의 도덕과 공공선을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신념시장이 많아지면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됩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상품시장사회처럼 이익과 이해관계로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이익을 떠나 좋은 일을 하려고 만나게 됩니다. 그 속에 감동적인 사람을 자주 만나고 발견하게 됩니다. 때로는 주변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칭찬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을 위해서도 감내해야 할 몇 가지 일이 있습니다. 돈 욕심을 다소 접어야 합니다. 또한 가족친지들로 하여금 ‘걱정 된다’는 말을 듣거나 ‘돈 벌라’는 핀잔과 시달림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불행한 일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망하는 것도 경험적 투자이듯, 걱정듣기, 야단듣기도 일종의 경력투자입니다.

 

돈을 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며 도덕적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고 언론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정의와 도덕을 위해 개인적 이익추구의 포기를 대가로 신뢰를 얻습니다. 그래서 신념시장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자발적인 가난의 삶을 사는 생태적인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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