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합시다
한 잔 합시다
  • 법보신문
  • 승인 2010.11.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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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36가지 잘못 짓는 죄악의 근본
수행자 위의 위해선 불음주 실천해야

습관이란 참으로 끊기 어려운 것 같다. 몇날 며칠을 교육받느라 혼도 났을 법한데 수계 교육을 담당했던 한 강사가 “이것으로 모든 강의를 마치겠습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강의실 뒤쪽에 앉아 있던 중간 늙은이 쯤 되는 수계자가 “모두 애썼습니다. 한잔 하고 헤어집시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혼신의 힘을 다해 강의를 하던 강사 스님은 그만 혼비백산했다. 그 동안 강의를 듣던 중에 졸다가 장군죽비로 맞기도 하고 강의 중에 옆 사람과 장난치다가 야단도 많이 맞았을 텐데…. 그런 시집살이를 했음에도 금방 까맣게 잊고 술 마실 생각부터하다니 습관이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수행자가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계율을 지켜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술은 아무리 정신이 바른 수행자도 쉽게 흔들리게 하는 고약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세상살이가 힘들어서인지 수행자도 술을 즐기는 이가 많다. 예전엔 고승들이 간혹 술을 마시긴 했지만 결코 술에 얽매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파계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가졌다. 그런데 요즘 몇몇 수행자들을 보면 고승 흉내를 내며 술을 즐기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당당하게 여긴다.

 

어렸을 때 유난히 곡차를 좋아하는 사형이 있었다. 장날 바랑을 지고 장을 보러 가면 술에 유혹되어 결국은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온다. 그 사형은 삼경종이 울리 때쯤 몰래 여럿이 자는 방에 숨어들어 왔다. 새벽 예불 때 그 방에서 솔솔 풍기는 그 술 냄새로 마음을 졸이던 생각이 문득 든다. 혹 은사 스님께서 그 고약한 냄새를 맡으시면 어떡할까, 어쩔 줄 몰라 했던 어릴 적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술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불음주 계율을 우습게 여기는 요즘 풍토가 안타깝기만 하다.

 

산중 계곡에는 ‘중택’이라는 피라미 종류의 민물고기가 산다. 왜 중택일까? 어느 날 토굴 속에 살던 노장님이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개울가 피라미가 먹고 싶어 피라미를 잡다가 다른 이에게 들키고 말았다. 깜짝 놀라 그 때 입으로 삼켰던 피라미를 계곡에 뱉어버렸는데, 그 피라미의 머리가 스님 머리처럼 둥글게 생겼다 해서 ‘중택이’라고 부른다 한다. 이것 또한 술 때문에 벌어진 헤프닝을 묘사한 말일 것이다.

 

부처님 당시 불음주(不飮酒) 라는 계율이 생기기 전에 어떤 비구가 단월의 초청을 받아 갔다가 곡차를 먹고,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취해서 그것을 토했다. 그 때 새떼들이 그것을 먹으려고 서로 소리를 지르며 떠들었다.

부처님은 그 내용을 아시면서도 아난에게 “왜 새들이 저렇게 시끄럽냐”고 물으셨다. 이에 아난이 자초지종을 낱낱이 사뢰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앞으로는 병에 약이 아니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셨다. 이것이 불음주계가 생기게 된 인연설화다.

 

철우 스님.

부처님께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36가지 잘못을 범하는 죄악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술은 잘못을 범하고도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요즘 몇몇 수행자들은 온갖 고행을 다 겪으며 사는 수행자가 이 술 몇 잔 마신 것 때문에 수행으로 얻은 공덕이 쉽사리 무너지기야 하겠느냐고 말들을 한다. 술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뿐더러 술을 입에 대는 것이 습관이 되면 결국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지켜내기가 어렵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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