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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는 중도의 수행자

기자명 법보신문
  • 세심청심
  • 입력 2010.12.01 18:00
  • 수정 2010.12.01 18:12
  • 댓글 0

마음을 옳고 그른 양 극단으로 몰고 가지 말라.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전적으로 그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그런 것은 없다. 그런 것은 진리를 가장한 억압이고 폭력이다.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나누며, 참과 거짓을 나누는 것에서 그 이상의 무엇을 얻을 수는 없다. 진리는 그 너머에 있다.


수행자의 마음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중도(中道)를 지킨다. 그러나 중도를 지키면서도 스스로 중도를 지킨다는 생각이 없다. 중도를 지키는 것에 대해 자랑하지도 중도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비난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중도 속에 살기 때문에 인연에 응하면서 때로는 옳을 수도 또 때로는 그를 수도 있는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집착을 다 버리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집착을 버리는 것만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여 집착하는 자들에 비해 내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지도 않다. 수많은 고승들이 했던 뼈를 깎는 구도의 행각들을 우러러 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얕보지도 않는다. 수행과는 거리가 먼, 세속의 집착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에 대해 경멸하거나 우월을 느끼지도 않는다.


수행을 잘 하는 것, 공부를 잘 하는 것, 또 사회적으로 저명하다거나, 돈을 많이 번다거나, 똑똑하다거나, 지위가 높다거나 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경계다. 어느 한 쪽으로 너무 잘났고, 장점이 많으면 그것이 하나의 극단이 되어 그 극단에 얽매이고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너무 잘난 것도 너무 못난 것만큼 똑같은 비중으로 우리 삶에 제약을 가해 온다. 그러나 반대로 어느 양 변에도 집착하지 않으면 어느 쪽을 택해도 자유로울 수 있다.


참된 수행자는 수행 잘 하는 사람과 수행 못 하는 사람을 차별하지도, 집착을 잘 버리고 사는 사람과 집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사는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지만 자연을 벗어나 도심에 사는 사람을 깔보지도 않는다. 출가 수행자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지만, 그렇다고 재가자의 길이 출가자보다 못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재물이며 돈을 많이 모으고자 애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재력가를 탓하지도 않는다.


부유함을 그리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난의 정신만이 옳다고 믿지도 않는다. 불교만이 옳다고 고집하지도 않고 어떤 특정한 경전만이 우수하다고 믿지도 않으며, 어떤 수행법만이 완전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또한 어떤 특정한 스님들만이 존경받을 만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지혜로운 이는 특정한 어떤 한 견해에 고집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한 가지 견해에 전적으로 집착하지도 않고 절대적으로 폄하하지도 않는다. 그는 활짝 열려 있다. 매우 유연하다. 그렇기에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견해를 가진 사람도, 그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도, 그 사람에게서 그 어떤 장애나 불편이나 다툼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모든 사람을 완전히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그 어떤 견해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말은 아니다.

법상 스님


확실히 중심이 잡힌 사람은 그 어떤 중심에도 마음이 머물러 있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안다. 수많은 인연에, 상황에, 조건에, 사람에, 견해에 다 응해 주고 그것과 하나 되어 주지만 그 어떤 인연에도, 상황에도, 조건에도, 사람에도, 견해에도 고정되게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 어떤 고정적인 가치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심이 없는 가운데 온전한 중심이 오롯이 서 있고, 모든 것을 행하는 가운데 함이 없는 무위를 즐긴다. 오직 하릴없는 중도의 길을 걷는다.


운학사 주지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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