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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독교 국가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에 관한 한, 두 부류의 미국사람이 있다. 숭산 스님을 안다는 사람과 “한국에도 불교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 이렇게 딱 두 부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미국 젊은이들은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알고 있다. 그들이 아는 한국인들이, 코리언 아메리칸이든 유학생이든, 모두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불교의 역사가 일본보다 오래되고 현재 인구의 20% 이상이 불자라고 알려주면 깜짝 놀란다.

 

한편, 중년 이상의 백인 불자들 중 젊은 시절 한번쯤 숭산 스님 수행처를 기웃거렸던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중 아직까지 한국불교 그룹에서 수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이 세계 속의 한국불교의 현주소이다. 한국불교는 백인 주류사회에서도 한인사회에서도 소수그룹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서양에서 불교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안타깝게도 한국불교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불교는 미국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이지만 한국불교를 가르치는 대학은 거의 없다.

 

내가 머물렀던 스미스 칼리지에는 중국불교, 일본불교, 티베트불교, 인도와 남아시아 불교, 그리고 불교미술 전공자까지 다섯 분의 불교학자가 있다. 이만한 교수진은 다른 미국대학에서, 심지어 하버드대학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여기서도 한국불교에 관한 강좌는 없었다. 다행히 불교미술을 가르치시는 메릴린 리 선생님(남편이 한국인이다)이 한국 불교미술을 가르치고 계시지만, 정작 불교학을 가르치는 종교학과나 철학과, 동아시아학과에 한국불교 강좌는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청강했던 강의 중 ‘깨달음과 정치학’이란 강좌는 주로 학부 1, 2학년이 듣는 수업인데, 수강생이 30여명이나 되었다. 교수 한 사람 당 담당 학생이 6~7명에 지나지 않는 미국 리버럴 아트 칼리지에서 30명이란 대단한 숫자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뜻인데, 미국대학에서 어떻게 불교를 가르치는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서 청강했다. 이 강좌에서 다룬 내용은 불교와 현대사회, 그리고 정치의 문제였다. 베트남, 티베트, 스리랑카, 캄보디아, 그리고 일본까지 거의 모든 아시아 불교국가에서 일어난 문제들이 다 토론되었지만 한국불교는 빠져 있었다.

 

여성 불교를 공부할 때, 원래 강의계획서에는 없었지만 제이미 허버드 교수가 마침 내가 가지고 갔던 운문사 DVD를 보자고 해서 그 기회에 한국 비구니승단을 소개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자료를 넘겨주고 왔으니까 앞으로 이 강좌에서 한국불교는 비구니승단이 존재하는 모범적인 사례로서 소개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대학에서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와 일본불교의 틈바구니에 끼어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인사회에서도 존재감이 없으니 그들 앞에서 한국불교의 우수성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일은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명법 스님

한국에서 불교 강좌가 개설된 대학교가 몇이나 될까? 불교는 한국 전통문화와 사상의 근간이지만 불교전공자가 일반대학에서 강좌를 맡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얼마 전 강의석씨의 소송을 통해 알려졌듯이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불교를 말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세계에 한국불교를 알리는 일은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얼마나 발언권을 가지느냐와 다른 문제가 아니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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