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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서 영문화의 필요성

기자명 법보신문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산으로, 바다로, 그리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미국사람들도 여름에 많이 여행을 떠난다. 미국에서 감탄했던 것은 여행을 떠날 때 미국사람들이 책을 꼭 챙겨간다는 점이었다. 작년 이 때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 읽으려고 준비한 책이 다섯 권이나 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평소에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못 읽은 책들을 휴가 때 읽는다.

 

미국문화에서 책의 중요성에 대하여 알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다. 미국사람들과 대화하려면 시사도 알아야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텔레비전 뉴스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뉴스 진행 중 전문가와 인터뷰를 할 때, 그 사람을 소개하는 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출신 학교나 경력이 아니라 그가 쓴 책이었다.

 

어쩌면 미국 같이 큰 나라에서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의 능력이나 생각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책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책은 그 사람의 학력이나 경력보다 더 소중하고 확실한 보증이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미국문화 환경에서 중요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미국에서 유명해지려면 책을 쓰면 된다.

불교 역시 수행의 종교이지만 서양에 알려지고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책이다. 미국인 불자들에게 어떤 계기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느냐고 물었을 때 불교 관련 서적을 읽고 나서 불교를 알게 되었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달라이 라마나 틱낫한의 세계적인 성공이 부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그들의 영어 저서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려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다시 말해, 한국불교를 알리고 싶으면 한국불교에 대한 영문 책을 쓰면 된다.

 

미국은 대학도서관 뿐 아니라 시립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이 잘 발달되어 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시민들도 도서관에서 쉽게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미국 도서관에서 한국불교에 관한 서적은 매우 적다.

그나마 80년대나 90년대 쓴 책들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는 회원들에게 관심 갖는 분야의 신간 정보를 개인적으로 메일링을 해준다. 요즘 들어 불교 관련 신간 소식을 한 달에 한 두 번씩 받는데, 이를 통해 미국에서 불서 출판 사정을 알 수 있다. 최근 많이 출판되는 분야는 티베트 불교이다. 동아시아 불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탓에 이 분야의 출판도 줄었지만 일본불교와 중국불교에 대한 서적은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명법 스님

일본불교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많이 시들었지만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비 지원이 많기 때문에 일본불교 연구 서적은 계속 출판되고 있다. 중국불교는 워낙 덩치가 크고 중요하니까 연구비 지원이 없어도 더 많은 연구자들이 전공을 하게 된다. 한국불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불교 연구자가 없으니까 한국불교에 관한 영문서적도 출판되지 않는다.

 

한국불교가 알려지지 않으니까 연구자의 관심도 줄어든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소개하려면 무엇보다 한국불교에 대한 영문서적이 많이 발간되어야 한다. 한국불교에 대한 책들이 미국 도서관 서고를 꽉꽉 채우게 될 때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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