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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전 영역 출발은 바른 한글 번역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경전의 영역은 일본, 대만, 스리랑카 등 아시아 불교국가들도 추진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그 중요성에 눈을 떠 D.T.스즈키를 비롯한 걸출한 번역가들을 배출해냈으며 신수대장경의 영역을 위한 재단까지 설립하여 뉴마타 재단에서 『정법안장』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40여권의 책을 번역하였다.

 

티베트불교의 경우, 다수의 티베트 불서가 영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봄 달라이라마가 직접 주관하여 티베트대장경 영역 사업에 착수했다. 서양에서 활동하는 승려뿐 아니라 티베트불교를 전공한 서양학자가 총동원되고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파를 비롯한 모든 종파가 동참하고 있을 정도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불교전서와 원효전서의 영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기존 영역본의 문제를 잘 검토하여 오류를 수정해간다면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불전 영역과 관련하여 지적하고 싶은 점은 훌륭한 한글 번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외국어 실력만 있으면 번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한문을 잘 알아도 우리말로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면 그 번역은 소용없다. 모국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만 뛰어난 번역가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영어를 한글로 옮기는 것이 쉽고 미국인의 경우에는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더 쉬운 것도 바로 이 이치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역에 대한 원어민의 감수가 필수적인 것처럼 한글 번역도 바른 한글인지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구마라습의 역경장에서도 적용된 원칙이다. 우리말로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기초로 한 영역이 어떻게 영어로 이해될 수 있겠는가?

 

최근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불교계에서는 축자적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문 어순을 따라 그대로 번역하지만 그것이 바른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문 원전을 다시 읽어야 비로소 그 의미가 이해되는데, 그러니까 한문경전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영어 번역본에 오류가 많은 이유도 60~70년대 일본에서 불교를 배운 서양학자들의 한문 해석이 (우리와 똑같은) 축자적 해석 방식이기 때문이다.

 

2008년도 가을학기에 피터 그레고리 선생님이 번역한 종밀의 『도서』 영역본을 함께 검토하면서 선생님과 의견을 같이 한 것도 영어로 의미가 통하는 번역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는 모든 번역의 기본임에도 유독 한문번역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오랜 세월 한문으로 읽고 한문으로 이해하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명법 스님

그러나 이제 한문은 외국어이다. 한문과 한글, 영어가 서로 다른 언어체계라는 사실이 인식되어야 하며 근본적으로 경전의 의미를 철저하게 자기화하여 이해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유체계를 가지고 있는 언어를 번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번역은 곧 오역이라고 했겠는가?

경전의 한역 작업이 몇 세기에 걸쳐 이루어졌듯이 한 번의 번역으로 만족하지 말고 꾸준하게 재번역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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