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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119

기자명 법보신문

터전 뺏겨 먹이 찾아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
엽사 살생단보다 생태계 경고에 눈 돌릴 때

멧돼지 때문에 호들갑이다. 청와대 뒷산에 몸무게 100㎏가량의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3시간 30분 동안 주변을 배회하다 119구조대의 마취총을 맞고 사로잡히는 등 서울 도심에서만 올 들어 5번이나 멧돼지가 출현하여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또 지난달 충북 음성군 한 국도에서 45살 김모 씨의 차량이 도로로 뛰어든 멧돼지와 충돌해 김 씨가 숨졌다.


‘올 한해 만 무려 33차례 출몰’ ‘급습’ ‘전국이 공포’라는 전투적 표현으로 연일 언론이 시끄럽다. 청와대 뒷산 출몰과 관련해서는 천안함 이후 북한의 소행이라는 웃지 못 할 개그도 회자된다고 한다. 급기야 환경부는 ‘야생멧돼지관리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엽사 1인당 6마리까지 살상을 허용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멧돼지 도심 출현에 대비한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엽사들로 이루어진 ‘멧돼지기동포획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23만 마리의 멧돼지가 총과 대포로 무장한 60만 현역군인이 보호하는 5000만 인구의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전면전이 아닌 예측불허의 유격전에 한마디로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다. 음성 도로에서 멧돼지와 충돌하여 죽은 김 씨의 경우는 오히려 요즘 자주 발생하는 로드킬로 인한 교통사고일 뿐이다. 멧돼지의 직접공격으로 희생당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언론에 포획된 멧돼지는 대포폰으로 드러난 MB정권의 부도덕성과 지방자치와 분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폭력성을 감추기 위한 소재로 그만이다.


스스로 한번 물어보자. 멧돼지가 우리의 삶을 짓밟고 있는가. 멧돼지만 없으면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가. 환경부에게도 물어보자. 멧돼지를 죽이면 멧돼지가 줄어드는가. 멧돼지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가. 멧돼지만 없으면 우리 농민의 시름이 사라지는가. 언론에게도 물어보자. 멧돼지가 전국을 공포로 몰고 있는가. 아니면 언론이 공포를 조장하는가.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이 생태계 파괴, 민생파탄,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주권, 환경주권, 식량주권이 한미FTA를 통해 통째로 위협받고 있는 것과 멧돼지습격이 견줄만한 뉴스거리인가. 장악된 방송과 표현의 자유가 구속된 현 정권의 언론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되어 권력의 부패와 독선을 애먼 멧돼지의 생명 뒤에 감추려 하는 것 아닌가. 엽사들의 충혈된 눈에 생명살해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이 정권에게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 표범장지뱀, 꾸구리의 생명을 물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호 집행위원장

무서운 공포의 대상은 멧돼지가 아니다. 그 몸짓이 아무리 크고 흉측하다 하더라도 우리 인간만큼 무섭고 잔인한 짐승은 하늘아래 없다. 지금 우리는 지난 배추값 파동 때 보낸 자연의 경고를 멧돼지의 신호를 통해 다시 읽어야 한다.

 

멧돼지가 돌아온 것은 멧돼지의 먹이사슬 구조가 깨졌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멧돼지의 먹이인 도토리마저 죄다 쓸어 담아 폭식하는 인간의 탐욕이 금도를 넘었다는 것과 생태계 내 상위포식자가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절망적인 인간에게 마지막 SOS를 온 몸으로 타진하고 있는 생태계의 119 멧돼지를 죽여야 하겠는가.


정호 녹색구출특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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