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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정의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세심청심
  • 입력 2010.12.08 13:26
  • 수정 2010.12.10 12:49
  • 댓글 0

서울에 갔더니 찬바람이 일었다.


번잡한 도시는 싫어도 차가운 바람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좋았다. 알고 보니 그날 제주의 날씨도 만만찮았다고 한다. 괜시리 제주에 미안해진다. 사람들은 따스해서 제주를 찾는다. 그래도 우리에겐 차가운 겨울이 추억 속에서 찾아와 그리움을 남길 때가 많은 것 같다. 겨울에는 눈 덮인 지리산 노고단 산장에서 며칠 묵자고 도반들과 약속해두었다. 차가움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 듯이 추우면 연신 몸을 움츠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들은 모두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자기중심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함께 보다나은 미래를 위해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객관적인 가치관을 갖도록 요구받아야 한다.


언젠가 경찰청행사 국민의례의 국기에 대한 맹세가 예전과 달라 당황스러웠다. 달라서 당황한 게 아니라 달라진 그 내용 때문이었다. 예전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라고 했는데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라고 바뀌었다. 바꾸게 된 의미가 나름대로 정의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우리들이 우리나라이니까 충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식어처럼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만 충성하라는 듯이 자꾸 느껴졌다.


생각이 많아서 일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유롭거나 정의롭지 않다면 우리들이 충성하지도 않아도 되는 것일까? 또 자유롭다거나 정의롭다는 것은 누가 결정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문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천안함 사태에서 보면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고 적과 아군이라는 생각 이전에 우리가 정의롭게 사태를 읽고 판단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연평도 사건이후 잘 알려진 비구니 한분이 모 일간지에 실명을 올리며 적지 않은 방위성금을 내었다. 스님은 ‘나라가 있어야 절도 있다는 생각에서 성금을 내게 됐다. 임진왜란 때 승병(僧兵)이 나라를 지켰듯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정말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고, 말이다. 신문에서는 박스에 호국불교를 찬탄하는 글까지 올리며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듯 했다.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겨야 했다. 어린아이들이 어머니 품안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현실의 북한을 조금도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나라가 정말 무조건적으로 충성을 다할 만큼 자유롭고 정의로울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보듯이 이제는 정부도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충성을 강요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부한 스님이 “특히 해군 무기가 열악하다니 바꾸는데 써 달라.”고 했다. 출가한 승려로서 지금까지 가져온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단월의 시주금을, 아무리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적을 죽이기 위한 무기구매를 독려하는데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자신이 당하는 피해에 대해 백 천배로 가해자에게 상처를 주고자 벼르는 나라가 과연 정의로울까? 무한의 용서와 자비를 견지하고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일생을 살아서 세상에 존중받는 석가세존이 되신 우리 부처님께서는 오늘날 사바세계의 모순에서 힘겹게 살아야 하는 우리들을 이해해 주실까?
제주로 돌아오니 더욱 날이 차갑다.

 

성원 스님

이 겨울 작은 반도의 절반 모퉁이에서 서로서로 깊은 이해로 따스하게 이웃하며 살기 위해서는 더 깊이 관조해야 할 것만 같다.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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