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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왜 이명박 정부·여당 규탄 나섰나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0.12.10 16:32
  • 수정 2010.12.15 11:31
  • 댓글 0

정부·여당의 날치기-개신교 편향에 죽비 들어

 

▲조계종 직할교구 조계사(주지 토진 스님)는 12월9일 일주문에 정부와 여당 관계자의 조계사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나라당이 새해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과 관련해 조계종이 연일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 내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는가 하면 그 동안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총무원이 직접 나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정부여당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처럼 조계종이 이례적으로 정부 여당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

 

◆개신교 입김에 중심 잃은 정부 정책=조계종이 이명박 정부와의 ‘소통단절’을 선언하고 초강경 입장을 드러낸 것은 종교를 초월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최근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계의 입김에 의해 정부정책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공직자의 종교편향에 이어 최근에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대구시가 팔공산에 추진하려고 했던 역사문화지구조성 사업이 개신교의 반대로 백지화되는가 하면 통도사를 병기하기로 했던 KTX 울산역에 대해서도 개신교의 반대로 통도사가 역명에서 삭제되는 일이 자행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사태를 촉발하게 한 템플스테이 예산안 삭감도 개신교계의 지속적인 반대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런가 하면 최근 국회 재정기획위원회가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이슬람채권에 관한 과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개신교 목사들과 장로들의 압박을 받은 일부 국회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이슬람 채권’이란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개발된 금융상품으로 투자자들은 이자 대신 배당금으로 수익을 배분받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향후 이슬람권의 중동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지만 마치 한국사회가 기독교 공화국이라도 된 듯 여기는 개신교계의 조직적 반대로 무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개신교 ‘눈치보기’에 급급한 사이 일부 개신교를 중심으로 불교를 폄하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종교간 갈등이 우리 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개신교계의 분위기에 휩쓸려 원칙을 잃은 정책으로 오히려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조계종은 “이제 더 이상 정부 여당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며 실력행사에 나설 방침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4대강 중재 노력 물거품=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4대강 주변 개발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도 조계종이 강하게 반발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많다.

 

조계종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유보적 입장을 견지한 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화쟁위 차원에서 정부와 여야 국회의원,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민적 합의기구’를 구성, 4대강 사업에 대한 중재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국민적 합의기구’는 예산안 통과 이전에 합의안을 도출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4대강 예산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관련 특별법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면서 조계종의 중재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때문에 조계종은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날치기 예산 통과는 천박하고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몰아세웠다. 그 동안 4대강 사업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조계종 총무원이 “공식 반대”로 급선회하게 된 데는 사실상 정부와 한나라당이 일조한 셈이 됐다.

 

◆규제 법령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조계종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예산을 반납하겠다”며 “대신 불교재산에만 적용하고 있는 각종 법률규제를 해제하라”고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각종 규제 법률에서 벗어나 불교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계종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사찰과 임야를 비롯해 사찰이 보유한 불교문화유산들은 사찰의 재산임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각종 규제법령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해 오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조계종은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규제법령을 해제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공공의 이익을 내세우며 불교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고 푼돈(?)의 정부예산을 지원하며 불교계를 달래 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불교계는 선심 쓰듯 주는 정부예산을 받기 위해 정권에 예속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따라서 조계종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악습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불교의 자주성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조계종의 이 같은 강경 대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대한 일회성 분풀이가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조계종이 “전통문화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가진 이명박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수행과 포교 등 종교 본연의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대외적 선언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행부의 강한 의지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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