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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자들이 개종하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재미 한인 중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이유는 애초에 기독교를 믿던 사람들이 이민을 간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이민 간 후 현지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 비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 중 불자가 개종한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주변에서 종종 그런 사례를 보는데, 내가 알고 있는 노보살님도 이민 간 자식들을 따라갔다가 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처음에는 며느리가 교회 가자고 해도 거절했지만 운전을 해서 절에 나갈 수도 없고, 일요일마저 혼자 빈집을 지키기도 무료하고, 또 며느리와 사이가 틀어질까 걱정도 되어 결국 교회를 다니기로 결심하셨다.


‘교회를 나가더라도 마음속으로 부처님께 기도하면 되지’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몸은 교회에 나가지만 마음은 부처님 모시면서 그렇게 아들 내외와 건강하게 잘 지내시다가 구순이 되어 귀국하셨고, 한국에 돌아오신 후에는 다시 절에 나오신다. 현명한 분이었기에 가족들과 갈등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종교를 지킬 수 있었지만, 교회에 나간 불자들 중 되돌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해외 한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 이유는 노보살님 경우처럼, 가족들 때문이다. 미국은 가족 단위로 생활하기 때문에 따로 행동하기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 사람이 그리워서다. 타향에서 다른 인종과 섞여 살다보면 한국인이 보고 싶고 한국말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교회를 나간다. 미국 한인교회가 한인 300명에서 400명 사이에 하나 있다고 하니까 한인들이 거주하는 곳에는 어디나 교회가 있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한인교회는 예배 후 점심이나 간단한 다과를 제공하여 사교의 장을 마련해주고 체육대회나 소풍도 주최하여 친목을 위한 장을 마련해준다.


세 번째 이유는 교회를 가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갓 이민 와서 작은 도움이라도 절실할 때 교회가 제공하는 법률, 교육, 주거지 정보, 나아가 일자리까지 알선해주니까 교회를 가지 않을 수 없다. 또 교회는 자녀 교육을 위한 정보를 얻는 중요한 통로이다. 미국에 정착한 대학 동기 중 재작년에 아들이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친구가 있다. 한인신문에 대서특필될 만큼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다니는 신도들이 대학 입학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는 소식을 대학 후배로부터 전해 들었던 일이 있다.


넷째, 교회는 한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이다. 예를 들어 자녀의 혼사. 기업의 고객 확보, 심지어 헌금과 관련된 세제 혜택을 위해 한인교회를 다닌다. 다섯째, 한인들은 높은 학력에 비해 미국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영어가 부족하고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적당한 교회 직함을 줌으로써 그들의 사회적 자아를 실현할 기회를 준다. 마지막으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학교에서 제공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생업에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의 가정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할 여유가 없다. 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도 교회에 나가게 된다.


▲명법 스님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교회와 경쟁하려면 한국 사찰은 그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까닭에 해외 포교를 하려는 스님들에게는 한국에서 수행하는 것보다 더 단단한 원력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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