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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법주 정념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전통 경시 왜곡된 인식 경책으로 바로 잡아야

 

 

 

“복은 검소함에서 생기고, 덕은 겸양에서 생기며, 지혜는 고요히 생각하는데서 생기느니라.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망에서 생기고, 죄는 참지 못하는데서 생기느니라. 눈으로 의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그 장점을 보도록 할 것이며, 입을 조심하여 실없는 말을 하지 말고, 착한 말 바른 말 부드럽고 고운 말을 언제나 할 것이며, 몸은 조심하여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고, 어질고 착한 이를 친히 가까이 하라. 나에게 오는 자 이익 없다고 거절하지 말고, 가는 이를 아쉽다고 붙잡지 말며, 내 몸 대우 없음에 버리지 말고, 일이 지나갔음에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마침내 그것이 나에게 돌아오고 세력을 의지하여 이익을 꾀하면 도리어 앙화가 따르느니라. 어른을 공경하고 덕이 있는 이를 받들며 지혜로운 이를 따르고 잘못한 이를 너그럽게 용서하라. 불자여, 스스로의 언행을 면면히 깊이 되새겨서 옳고 바른 일을 힘써 행하고 삿되고 그릇된 처사를 힘써 고칠지어다.”


정치인들 문화유산 자부심 없어


이 글은 ‘마음을 다스리는 글’입니다. 오늘은 동지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입니다. 조상들은 오늘부터를 새해라 여겼습니다. 오늘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달이 조금씩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읽어드린 이 글처럼 여러분 마음속에 어둡고 좋지 않은 생각이 있다면 오늘 다 소멸하시어 오늘부터는 좋은 마음, 따뜻한 마음, 너그러운 마음, 기쁜 마음, 희망찬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그 한 달, 한 달이 모여 새로운 일 년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 같이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좋을 때도 그 마음, 싫을 때도 그 마음입니다. 좋을 때만 내 마음이고 싫을 때는 남의 마음이 아닙니다. 좋은 마음, 나쁜 마음, 베푸는 마음, 나누는 마음, 미운 마음이 다 있습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낙산사 보타전 앞에도 얼마 전부터 팻말이 서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어떻고, 정부가 어떻고 합니다. 종교차별을 한다는 말도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요즘 불교계에서는 템플스테이와 관련해서 정부를 지탄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템플스테이란 글자 그대로 절에서 머문다는 뜻입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시작됐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졌고 그들은 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보는 것 못지않게 한국은 어떤 나라이고 어떤 문화를 가졌으며 어떤 전통을 지녔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사찰입니다.


사찰은 저절로 생겨난 곳이 아닙니다. 1600년의 역사 동안 많은 스님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의 사찰입니다. 스님들과 불교가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켜온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이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이 된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002년 정부가 불교계에 부탁을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절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하지만 당시 사찰에는 외국인들이 머물만한 시설이 없었습니다. 잠자는 곳 뿐만 아니라 씻을 곳, 화장실 등 모든 편의시설이 부족했습니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사찰에 편의시설을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보고 체험하고 가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정부가 부탁을 한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난 정부 때부터 예산을 책정해서 사찰의 시설들을 개보수하기 시작했고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들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내국인에 외국인까지 와서 머물며 수행하고 차명상 하려면 이런 저런 준비해야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것은 고스란히 사찰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님들은 우리나라의 브랜드를 높이고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기꺼이 이런 불편을 감수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낙산사 원통보전의 건칠관세음 보살좌상과 칠층석탑도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국가에서 지정한 것입니다. 그렇게 지정을 했으면 경복궁처럼 당연히 국가에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화재로 지정만 해 놓고,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 제약만 하면서 정작 관리는 스님들에게 떠넘겼습니다. 경복궁 하나 관리하는 데만도 몇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사찰은 문화재로 지정하면서 책임만 고스란히 스님들에게 맡겼습니다.

 

전통문화 종교적 접근은 천박한 시각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정치인들, 타종교인들의 인식입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민족의 문화유산과 조상에 대한 자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천박하게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템플스테이를 해서 불교계가 큰 이득을 남기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찰은 수행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는 것은 여간 번잡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교계에서는 우리 문화를 알리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꺼이 그런 불편을 감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이나 타종교인들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온 이 땅의 문화이자 민족의 종교인 불교를 경시하고 무시하는 일도 많습니다. 또 이런 사람들이 정치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종단의 지도자 스님들이 결연한 자세로 나선 것입니다. 현수막에다가 ‘정신 차리라’고 쓴 것입니다.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고 정부와 여당을 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 문화유산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으라고 경책하는 것입니다. 천박한 문화 인식을 바꾸라는 뜻입니다. 바른 애정을 갖으라는 것입니다. 그 정치인들 모두 이 땅의 후손이고 조상들이 있기에 정치도 하고 좋은 자리에도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민족 문화유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불교를 경시하는 것은 우리 민족문화를 경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굶고 땀흘려가며 기와 쌓고 기둥을 올려서 1600년 동안 지켜온 문화유산입니다. 우리의 피와 역사가 고스란히 흐르고 있는 불교를 무시하고 천박하게 생각하면서 기독교를 내세워 이 땅을 지배하려 합니다. 우리 사회는 엄연한 다종교 사회입니다.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의원들, 시도의원들, 시장들, 이런 사람들 만나면 ‘똑바로 하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이 땅은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땅이지 미국 사람 땅도 아니고 기독교 땅도 아닙니다. 그들의 인식을 바꿔서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불자들이 가르쳐야 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나누고 베풀어서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지난봄에는 천안함이 격침됐고 얼마 전에는 연평도에서 폭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보다 잘 살고 보다 어른답다면 싸우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앞에 가서 총 쏘면 안 됩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다독이고 달래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매일매일 싸우겠다고 난리를 칩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싸우라고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 속초, 양양 지역에도 관광객이 오질 않습니다. 서민들의 생계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엔 구제역까지 번져서 2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 불자들은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며 자비로 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자비와 평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편협한 사고에 젖어있는 일부 종교인들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아닌 자비로운 마음으로 경책할 수 있는 불자가 돼야 합니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마음속에 혹시 미워하는 마음, 억울했던 마음이 남아 있으시다면 오늘 다 털어내시기 바랍니다. 근심걱정 있으시다면 낙산사에 다 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12월22일 양양 낙산사에서 봉행된 동지법회에서 법주 정념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정념 스님은


1982년과 1987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구족계를 각각 수지했다. 신흥사 총무국장, 총무원 사회국장, 사회부장, 재무부장, 초심호계원장,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설악산 봉정암 주지, 양양 낙산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2005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소실된 낙산사 복원불사를 회향한 후 현재 15대 중앙종회의원, 총무원장 특별보좌관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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