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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저질러 행하라 〈끝〉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경’에서는 아상 타파를 설하며, ‘아함경’에서는 무아(無我)를 설파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상타파의 가르침을 일부 왜곡되게 해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공사상, 무아사상을 허무주의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실제 불자들 사이에서도 불교를 공부하다 보면 성공도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공에 치우친 것이다. 그래서 중도의 가르침이 중요하다.


정말 불자들은 성공도 하지 말고, 바라는 것도 다 버린 채, 나를 드러내지 않으며 은둔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무소유를 위해 돈도 벌지 말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만약 그런 생각에 얽매여 있다면 그 또한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이다. 그 양 쪽도 다 상관없다. 마음에 집착이 없다면 돈을 벌어도 좋고, 청빈하게 살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지, 성공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귀의(歸依)에 있다. 내가 나온 본래 자리인 깨달음, 자비, 지혜의 그 근원적인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바로 우리의 삶의 목적이요 이유다. 즉, 나에게 주어진 삶을 통해 깨닫고 성장하기 위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어진 삶을 살아나감으로써 마땅히 배우고 성장하고 깨달아야 한다. 주어진 삶과 존재를 통해 무한히 자기답게 살아나가야 한다.


마음에서 어떤 것이 일어난다면 마땅히 그것을 행하라. 따지고 판단하고 계산하지 말고 그저 저질러 행하라.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행하되, 거기에 집착하지는 말라. 만약 집착하면서 행한다면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고통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집착하지 말라는 것은 그것을 행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집착 없이 행하라는 것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집착 없이 행하는 것은 업을 만들어내는 유위(有爲)가 아니다. 한 생각 일어났을 때, 그저 저질러 행하는 것은 무위(無爲)다. 그러나 거기에 온갖 생각과 집착과 판단 등을 동원하여 나에게 어떤 이익이 될까, 성공할까 실패할까 등을 판단하게 됨과 동시에 그것은 업을 일으키는 유위로 전락하는 것이다.


불교의 공부는 ‘함이 없이 행하라’는 가르침이지, ‘함이 없으라’는 가르침은 아니다. 무엇이든 저질러 행하라. 이 우주 법계를 밝히고, 중생과 이웃을 제도할 수 있는 원대한 원력을 밝힌 뒤, 구체적인 실천행에 대해서는 가장 자기다운 방법을 택해 저질러 행하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사랑한다고 말하라. 말도 못 해 보고 고민만 하다가 남에게 빼앗기느니, 사랑한다고 말한 뒤에 퇴짜 맞는 편이 더욱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성공을 하려면 성공을 위해 도전해 보라. 무엇이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것을 할 때 시간 가는 것도 잊을 만큼 저절로 몰입이 되고 삼매에 들게 되는, 바로 그것을 저질러 행하라. 그것이 바로 무위행이며, 몰입이고, 삼매며, 자기다운 행이다. 만약 그것을 행하다가 실패했다면 그저 미소를 보내고는 다시 일어서라.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로 가장한 성공일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법상 스님
성공과 실패, 그 양쪽을 통해 동시에 깨닫겠다는 각오를 하라. 그리고 이제 행하라. 집착 없이 나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상타파의 길이다. 없애야 할 것은 나에 대한 집착이며, 나에 대한 상이고, 나와 상대라는 차별심이지 나 그 자체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운학사 주지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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