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인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

기자명 법보신문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정착함에 따라 한인교회도 함께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한인교회에는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름 아니라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것은 일부 한인교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학계에서 “소리 없는 탈출(Silent Exodus)”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인2세들은 고등학교 졸업을 전후하여 70%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90%가 한인교회를 떠난다고 한다.


이 변화는 미국에서 자라고 교육 받아 미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영어에 능통한 이민 1.5세와 2세의 등장과 관계 있다. 이들의 등장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인교회의 장점이었던 사회적 기능이 더 이상 장점이 아닌 상황이 초래되었다. 영어가 서툰 한인 1세대들에게 한인교회는 한국말로 한국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타향에서 겪는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공간이었지만, 반대로 한국어가 서툰 한인 1.5세나 2세에게 한국어 설교는 지겹고 알아듣기 힘든 것이며, 한인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민 1세대를 위하여 같은 한인 1세대 목사들이 행하는 한국만 옳다는 식의 한국 중심적인 설교는 한인 2세대들에게는 불편하기만 하다.


또한 한인교회가 제공해주는 이민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생활 정보는 이들에겐 불필요하다. 교회가 아니어도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직장을 구할 수 있다. 이민 1세대에게 한인교회는 신앙과 사회적 행복을 위해 절대적인 장소였지만 이민 2세대에게 그들의 생활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장소이다. 더구나 기독교가 이들이 진입하기를 원하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기 있는 종교도 아니니까 그만큼 매력도 떨어진다.


그 뿐 아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자녀교육에 극성인 한인 부모들은 신앙심이 없다는 목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교회에 데리고 오지 않는다. 일류대학에 진학하려면 일요일에도 공부해야 하니까. 시험기간에 교회 출석률은 10~20%나 떨어진다. 그렇다고 돈 버느라 바쁜 부모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신앙심을 길러줄 리도 없다. 애당초 그들은 신앙심보다 사회적 필요 때문에 교회에 다니는 것이니까.


그러다가 대학에 진학하여 고향을 떠나게 되거나 대학 졸업 후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게 되면 이민 2세들은 자연스럽게 부모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멀어지게 된다. 개중에는 가끔 그 지역에 있는 한인교회에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밀접한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결속되어 있는 소규모의 한인교회의 분위기 때문에 새로운 교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미국 대학의 자유롭고 종교중립적인 분위기도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한인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킨다. 한인교회의 이런 분위기가 싫어 미국교회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 다른 미국인들처럼 일요일에만 교회에 나가는 “선데이 크리스천”이 대부분이이다. 따라서 “조용한 탈출”은 계속되고 있다.


▲명법 스님
한인교회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목회의 질적 문제가 다소간의 문제라면 2세 교회교육은 한인이민교회 생사의 문제”라며 그 해결방안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에게 아직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한인 2세를 위한 포교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니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장차 이민사회의 주역이 될 한인 2세 포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 문제의 원인과 한인교회의 대처 방식을 눈여겨 살펴보아야 한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