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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의 시작

기자명 법보신문

달콤한 땅젖 때문에 욕심이 생겼어요

하나의 세상이 시작되었다가 없어질 때까지를 1겁이라 합니다. 겁이 시작될 때를 ‘겁초’라 하지요. 이것이 세상의 시작입니다. 겁초의 사람들은 모두 착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은 몸이 가벼워서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허덕이며 달리거나 걸어다닐 필요가 없었지요. 모습이 모두 예뻐서 못난 사람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때의 세상 사람에게는 해와 달과 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반딧불이처럼 자기 몸에서 빛을 낼 수 있었거든요. 몸에서 나는 자기의 빛으로 충분히 세상을 밝히며 살 수가 있었습니다. 해와 달이 없으므로 밤과 낮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가고 오는 데에 마음 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나는 많은 나이다, 너는 어리다. 넌 20년, 난 40년을 살았어.”


이런 분별이 없었습니다.
남녀의 구별조차 없었습니다.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생각을 일으킬 수 없었습니다. 날아다니고,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 이거다 저거다 분별을 않는 착하고 예쁘기만 한 사람들! 겁초에는 이러 사람들만 살았습니다. 세상은 평화로웠지요. 사람들은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땅에는 땅젖(地味)이 솟았거든요.

 

‘지미’라고도 불리었던 땅젖은 땅에서 샘솟는 하얀 젖이었습니다. 땅젖은 사탕이나 꿀처럼 달고 향기로웠습니다. 이것을 마시고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맛있는 이 땅젖 때문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불행의 씨앗이 된 것이지요.
“맛이 참 좋군, 많이 먹어야겠어.” “아니, 내가 더 많이 먹어야 해.”
사람들은 땅젖을 손가락 끝으로 찍어 핥으며 젖물이 솟는 샘가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배가 불러도 비켜 주지 않았습니다.


“너는 왜 그렇게 많이 먹니?”“너는 왜 그렇게나 먹어!”
서로 상대방을 욕심꾸러기 식충이로 몰아세웠습니다. 참으로 잘못된 거지요. 서로 양보하고, 나누어 먹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욕심을 부려, 음식 때문에 다투게 되자 사람들은 몸이 뚱뚱해지고 무거워졌습니다. 예쁘던 얼굴은 차츰 못난이로 변해갔습니다. 그러자 몸무게 때문에 허공에 날아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못난이가 된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을 못생겼다며 흉보았습니다.
더 큰일이 난 것입니다. 몸에서 나던 빛이 없어졌습니다.
“아이구, 어두워! 너 때문이야!” “나 때문이 아니야. 너 때문이지!”


어둠 속에서 서로 다투자 마침 해가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세상이 밝아지자 사람들은 겨우 마음을 놓고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빛이 나타나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지자 밤이 되고 달과 별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내던 빛을 잃은 것이 욕심 때문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땅에서 솟던 젖샘이 말라버린 것입니다.
“이거 어쩌지?”
사람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게 되었습니다.〈계속〉


참조 : 아함부 ‘세기경’ ‘백의 금당 바라문 연기경’


▲신현득
신현득 선생님은
1933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법명은 선행(善行).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이며 문학박사다. 소년한국일보 취재부 부장,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시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어린이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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