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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아이들을 위한 불교캠프 [하]

기자명 법보신문

“아이들 학업 스트레스, 명상으로 치유”

학업에만 열중하다 보니 대부분 아이들 애정 결핍

 

 

▲싱가포르 아이들이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뒤 긴장을 완화하는 명상에 집중하고 있다. 명상을 시작한지 20분도 되지 않아 모든 아이들이 깊에 잠에 빠졌다.

 


싱가포르 아이들을 위한 캠프 기간 중 한 번은 명상 수련을 하면서 미각에 집중하게 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한 종류의 건포도를 주었다. 채스가 지시했다.


“입안에서의 모든 감각과 맛에 깨어있으면서 가능한 천천히 건포도를 씹어라. 최소 1분간은 씹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꾸나.”


채스가 5분이란 시간을 확인한 후 어린이들을 관찰해 보니 대부분이 아주 열심히 씹고 있었다. 우리는 빙그레 웃었다.


“자, 이제 삼켜도 된단다. 그래 무얼 경험했니?”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한 녀석이 손을 들었다.
“톡 쏘는 맛이요.”
다른 대답들도 막 튀어나왔다.


“첫 번째 깨물었을 때, 껍질의 터짐을 느꼈어요.”
“침이 마구 솟구쳐 올랐어요.”
“약간의 떫은 맛, 아주 미세했는데.”
그러자 채스가 말했다.
“친구들아, 바로 그게 건포도 먹는 법이야.”
모두가 크게 웃었다.


채스는 또한 아이들이 등을 대고 눕게 한 뒤 긴장 완화와 이완을 지도했다. 이것은 모두가 확실히 좋아하는 명상법 중 하나였다. 20분이 지나고 방을 둘러보자 거의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코를 골고 있는가 하면 입을 벌린 채로, 팔다리를 실룩거리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이렇게 활기 넘치는 어린이들이 이토록 완전히 평온해진 상태를 쳐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젊은 리더들조차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캠프가 끝날 무렵 우리는 어린이들이 하루 중 2시간 이상 명상을 하도록 지도했다. 11세의 어린이가 지그시 눈을 감고 자신의 숨 쉬는 것을 의식하면서 20분간 완전히 고요하게 앉아 명상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바로 그것이 실현된 것이다.


캠프를 개최한 주최 측에서는 저녁 법문 시간에 스님들을 초청해 설법을 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채스와 나는 그날의 경험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법문을 할 수 있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우리의 요청이 불가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주최 측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첫 번째 초청 법사는 중국인이었다. 그는 생각이 어떻게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말했다. 그는 과학적인 연구의 한 예를 제시했는데 진언종(眞言宗)의 법사가 사랑의 기운을 한 잔의 물에 발산하자 물속의 박테리아 숫자가 증가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고 기공(氣功) 수련자가 증오의 감정을 한 잔의 물에 쏟아내자 박테리아가 죽어가기 시작했다며 실험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씹기·등대고 눕기 명상에 집중하면서 불안감 떨쳐


둘째 날의 설법은 좀 더 문제가 있었다. 그 스님은 숲에서 명상 수행에 집중하는 태국의 ‘담마윳 삼림(森林) 수행 종단’의 한 계열에 속해 있었다. 스님의 법문 내용은 우리의 캠프와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었다. 정글에서 호랑이와 귀신, 악마들 틈에서 명상하는 것이 그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매우 상세히 이러한 상황을 묘사했고 어린 아이들은 아주 무서워했다. 법문이 끝난 후 어린 소년이 법당 밖의 나무 꼭대기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게 정글이야?”


채스와 나는 법문이 끝난 후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사원은 착한 영혼만을 끌어들이는 매우 특별한 곳이어서 너희들은 ‘안심해도 된다’라고 말하면서 법문으로 인한 공포와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그 스님을 보면서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캠프의 마지막 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모든 어린이들이 일어서서 사원의 요리사들에게 환호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사원의 요리사들이 이전에 이렇게 감사 인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캠프의 마지막 시간에 이르자 많은 어린이들은 떠나려하지 않았다. 캠프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강제로 왔고 비록 초기에는 명상 수련과 채식주의에 불평했지만 이젠 타의에 의해 강제로 캠프를 떠나야만 한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회를 ‘긴장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그러한 생각처럼 자유분방한 시간이 포함된 캠프에서 아이들은 대단한 체험을, 이색적인 체험을 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아이들은 캠프를 통해 변한 것이다.


캠프가 끝나자 채스와 나는 어린 리더들과 함께 시내로 나갔다. 불교는 아시아인만의 것이 아니라 서구인들도 그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세련된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되어서 좋았다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비록 명상법을 가르쳤지만 채스와 나는 이를 아주 다른 형식의 것으로 이끌어 주었다. 즉 명상은 행군 명령을 수행하는 또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적인 수행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와 같은 부드러움이 아이들에게 진실로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확신한다.


이 캠프에서 내 자신에게 남은 것에 대해 말하자면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이 필요한지에 대해 가슴을 열게 된 ‘나’를 발견했다. 싱가포르의 부모가 자녀들에게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를 싱가포르 사람들도 인식하게 되었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처음에는 애정을 주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내가 겪었던 그 엄청난 고통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얼마나 민감하고 상처받기 쉬운지를 나 스스로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이후 몇 년 사이 나는 한국의 10대 후반 청소년들과도 함께 했었는데 문화와 불교, 정체성에 대한 그들의 질문과 이슈는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구 선진국의 경제를 따라 잡으려다 보니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의 학업 경쟁이 더욱 치열하며 그로 인해 학업에만 열중하려는 경향들이 짙다.


▲수미런던 지도법사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강해지면서 아시아의 청소년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의 애정 결핍을 치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명상이다.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simplysumi@gmail.com
번역자 백영일 yipaik@wooribank.com


다음은 영문 원고 전문.

 

2. Singapore: A Buddhist Camp for Kids

 

One meditation exercise focused on the sense of taste. We gave each student one raisin.

 

“Chew the raisins as slowly as possible, being mindful of every sensation and taste in your mouth,” Chas instructed. “See if you can chew it for at least a minute.” Chas looked up from his watch five minutes later to see that most were still masticating with great intensity. We chuckled. “Okay, you can swallow now. What did you experience?” A long silence. Finally, someone raised a hand. “Tanginess.” More answers popped out. “The burst of the skin on the first bite.” “Saliva squirting.” “A little bit of astringency, very subtle.” Then Chas said, "Now that, my friends, is how to eat a raisin." Everyone laughed.

 

Chas also led a guided relaxation -- this was the one meditation everyone definitely liked -- with the children lying on their backs. Within twenty minutes I looked around the room to find almost everyone fast asleep, snoring, mouths open, limbs twitching. It was funny to watch these bouncing kids become completely peaceful. Even the youth leaders were sound asleep.

 

By the end of the retreat, we had the kids doing more than two hours of meditation over the course of a day. Imagine an eleven-year-old boy sitting completely still, his eyes closed, watching his breath for twenty minutes! It happened!

 

The camp organizers wanted monks to be the guest speakers for the evening dharma talks. Chas and I preferred that we give the dharma talks, because by then we had a sense of what would help the kids understand their experience that day. However, it was clear we could not challenge this so we didn’t argue.

 

The first monk was Chinese. He talked about how thoughts have physical impact. He gave an example of a scientific study done where a Shingon master radiated love to a cup of water and a test showed that bacteria counts in the water increased. Then a Chi-kung master radiated hatred to a cup of water and a test showed that the bacteria began dying off.

 

The second night’s dharma talk was a bit more problematic. This monk came from the Dhammayut forest tradition in Thailand. He told the children stories about how absolutely terrifying it was to do meditation in the jungle, with tigers, ghosts, and demons. He went into great detail, and our little ones were pretty frightened. After the talk, I heard one young boy point to the crop of trees outside the hall and ask, "Is that the jungle?" Later, Chas and I did damage control by telling the campers that temples are very special places that attract only good spirits, so they should feel safe. I was frustrated by the monk’s lack of sensitivity to the needs of little children.

 

At the last dinner of the camp, all of the kids stood up to cheer and thank the temple cooks. I later heard that the cooks had never been thanked like that before. By the end of camp, many of the kids didn't want to leave. They had come unwillingly, and left unwillingly, even though they initially complained about the meditation and the vegetarian food (most ate meat at home). Singapore society is pretty uptight (they say this themselves) and attending a camp where there was actual free time (almost unheard of), was a great treat for them.

 

After the camp ended, the youth leaders went out on the town with Chas and me. They told us that it was good for the kids to see that Buddhism is not just an Asian thing, that Westerners like it too and that it can be cool. Although meditation is taught, I think Chas and I presented it with a kind of different flavor, showing how meditation is personal cultivation, instead of one more activity to take marching orders about. That kind of gentleness was really helpful to the kids.

 

As for myself, I found my heart opening to how much children need to be loved. Singaporeans acknowledge that parents there are quite distant from their children. The children at our camp were starved for affection. At first, I found it hard to give. Being with children made me remember my own childhood and the incredible amount of pain that came my way. I struggled to allow myself to see how vulnerable a child really is.

 

In the years that followed, I spent time with Korean young adults, as well, and I found that their questions and issues regarding culture, Buddhism, and their own identity paralleled those of kids in Singapore, Malaysia and Indonesia (where I also ta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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