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교회가 미국사회에 섞여들지 못하고 섬처럼 고립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원인은 언어이다. 다른 인종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영어로 설교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교회가 소규모에다 아직까지 한인 1세들의 경제적 지원 없이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교회의 주류인 이들을 위해 한국어 설교가 행해진다. 그러나 한국어로 설교하는 한, 한인교회가 다인종, 다문화의 미국사회로 침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 설교로는 한인 2세들을 붙잡아두지 못한다.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인 2세의 한국어 구사력은 민족적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2세들이 한인교회를 떠나는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언어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어든 영어든 문제는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성경에 대한 보수적인 해석은 물론, 세상과 동떨어진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설교는 합리적이고 다문화적 교육을 받은 한인 2세들에겐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몇몇 대형교회에서는 한인 2세들을 위한 독립된 교회를 설립하고 한인 2세 목사를 영입하여 영어로 설교하는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다른 인종에 대한 선교에도 나서지만, 실질적으로 인종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인 2세들의 교회나 기독교 모임의 주류는 여전히 한인이며 다른 인종의 수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조차 중국, 일본, 필리핀 등 동아시아계라고 하니, 결국 한인교회는 한국인끼리 어울리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2세들을 위한 교회나 선교 단체들이 비교적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선교와 신도 관리를 하는 반면, 영어를 사용하는 교회나 선교 단체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영어를 사용하는 한인 2세들이 그나마 유지해 왔던 기독교 신앙을 잃어버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영어설교 이외에 한인 2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안으로 생각해온 영어로 설교하는 독립된 한인교회는 일시적으로 한인 2세를 붙잡을 수 있으나 최종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민족적 정체성과 종교적 정체성의 충돌이라는 한인교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심스럽다.
사실상 미국 내 한인교회의 문제는 교회를 떠나건 떠나지 않건 민족적 정체성의 치명적인 약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한인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버리며 한인교회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한인이라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온갖 잡탕이 모인 세속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인 2세가 원하는 이상적인 배우자의 71%가 ‘비한인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이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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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