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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코칭가 김범진, ‘통찰력의 비밀, 스티브 잡스와 선(禪)’ [상]

기자명 법보신문

선의 단순함과 자유로움을 제품에 담다

▲명상코칭가 김범진

여러분과 오늘 여행할 주제는 ‘통찰력의 비밀, 스티브 잡스와 선(禪)’입니다. 우선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만약 이 자리에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게 “당신의 경영과 생산한 제품이 선과 관련이 있습니까”하고 묻는다면 그가 어떤 대답을 할까요. 아마도 질문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입니다. 관련이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할 것이고, 없냐고 물으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이 바로 선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처음 썼던 책이 ‘행복한 CEO는 명상을 한다’입니다. 책을 쓰면서 미국의 성공한 많은 CEO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CEO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스티브 잡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잡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처음 나온 아이폰의 뒷면을 보며 느꼈던 점은 일본 선원에서 쓰는 선돌(禪石)과 거의 유사했다는 점입니다. 단단하고 매끈하고, 선돌에서 느꼈던 선기(禪氣)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 제품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잡스는 선을 단순히 접하는 단계를 넘어 이를 제품에 투영하는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으로 접한 잡스의 방은 참 특이합니다. 거실에는 가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오로지 스테레오 하나와 전등 하나, 컵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잡스는 평소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잔의 차와 조명, 그리고 음악뿐”이라고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잡스는 25세에 100만 장자가 됐고 26세에 1000만 장자가 됐습니다. 27세엔 재산이 우리 돈으로 2500억 원이나 됐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삶은 간소하고 담박합니다. 결혼을 하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잡스는 왜 선에 빠지게 됐을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적인 배경,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특성입니다.


잡스는 1955년생입니다. 1960년대는 그가 유년기를 보냈던 시절입니다. 1960년대에는 크게 두 가지 문화가 미국 서부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를 휩쓸었습니다. 하나는 히피열풍입니다. 반전(反戰), 반문화(反文化),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입니다. 그 히피문화의 중심지가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이 선입니다. 당시 일본의 유명한 선승들이 미국에서 선원을 열었는데 선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느 칵테일 바에 가도 선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빠지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불교사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특히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의 스즈키 선사가 유명했습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히피문화에 빠져 들었지만 결코 만족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에 빠져들게 됩니다. 히피에서 느꼈던 자유로움, 뭔가 모를 일체감, 그런 것들을 추구했지만 내면의 깊이가 없는 자유로움은 방종으로 흘러 곧 한계에 부딪쳤고 일부는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한계에 대한 돌파구로 찾아낸 것이 바로 선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잡스의 개인적인 성품입니다. 그는 자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실을 단연코 거부했습니다. 모든 것을 직접 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누군가의 권유나 강요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진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해 봐야 했습니다. 바로 선의 정신과 닮아 있습니다. 붓다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상 아닌 선의 실용성에 공감


“그대가 단지 들었단 이유만으로 무엇이든지 믿지 말라. 오랜 세월을 두고 대를 이어서 전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전통을 믿지 말라. 그대의 경전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엇이든 믿지 말라. 그대의 스승이나 윗사람의 권위라는 이유만으로 무엇이든 믿지 말라. 관찰하고 분석하여 그대의 이성에 합당하며 그대의 선행과 다른 사람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판단했으면 그때에는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생활하도록 하라.”


불교와 다른 영적 전통과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그냥 믿을 것이 아니라 와서 보고 체득해라.” 이 부분이 잡스의 성품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잡스는 또한 무척 실용적이었습니다. 한때 잡스는 영적 진리를 찾아 인도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실망을 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이상향으로 꿈꾸던 구루들, 영적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잡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칼 마르크스와 님 칼롤리 바바(인도의 영적 구루)를 합친 것보다 세계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했다.” 인도 방문 이후 잡스가 남긴 말입니다. 이 또한 선의 정신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선이 다른 종교와 다른 것은 실용성입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마라.” 유명한 백장 선사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영적 수행에는 일이 필요치 않습니다. 걸식이나 탁발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선은 그것과는 다릅니다. 백장 스님의 스승인 마조 스님은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道)라고 가르쳤습니다. 깨달음이 일상을 벗어난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이 순간 삶에 있다는 뜻입니다. 현실과 유리된 어떤 이상향을 지향하는 모든 가르침을 부정해 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선입니다.


잡스는 리드 대학을 다녔습니다. 인문학이 매우 강한 대학인데 그곳에서 불교 공부를 접하고 곧 심취하게 됩니다. ‘어느 요기의 자서전’ ‘초감 트롱파의 마음공부’ ‘행복한 명상’ 등이 당시 잡스가 읽었던 책들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스즈키 선사의 선심 초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굉장히 얇은 책인데 간결한 언어로 선의 내용을 핵심을 찔러 다채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선의 어떤 정신들이 잡스의 삶과 제품 속에 담겨있을까요.
먼저 단순함입니다. 가장 처음 나온 제품이 아이맥인데 기존의 제품들과 달리 일체형입니다. 본체가 따로 없습니다. 일체형 디자인은 잡스가 굉장히 선호하는 제품입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체형이다 보니 배터리를 교환을 할 수 없습니다. 아예 밀봉을 시켜버렸습니다. 버튼도 세 개밖에 없습니다. 거의 버튼이 안보입니다. 다른 핸드폰이랑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잡스는 핸드폰을 끄고 켜는 홈 버튼까지도 없애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단순함을 추구합니다.


잡스는 또한 무척이나 검소합니다. 입은 옷이 전체 가격 해봐야 우리 돈으로 20만 원 정도입니다. 언제나 청바지에 터틀넥을 입습니다. 선 또한 단순함을 추구합니다. 한자를 파자해보면 선(禪)은 볼 시(示)에 단일한, 혹은 단순하다고 할 때 단(單)이 합쳐진 것입니다. 글자 안에 선의 단순함의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선은 장황하지 않고 매우 시적이며 단순합니다. 종속된 삶이 아니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합니다. 1년 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은 평생을 단순함과 간결함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시로써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에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간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세계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선의 단순함이 CEO 성공 비결


선의 아름다움을 일본의 미학자는 심간(深簡)이라고 했습니다. 간소하고 간결하지만 그 속엔 깊이가 있다, 그런 뜻입니다. 선에서는 오직 본질이 중요하고 그 외의 피상적이고 인위적인 것들은 불필요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단순한 삶을 통해 우리가 그 이상의 존재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존재의 가장 깊은 속살에는 다른 존재들이 실처럼 연결돼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잡스의 전략도 이와 같습니다.


애플은 제품을 기획할 때 핵심적인 기능만을 생산할 뿐 다른 많은 것들은 외주를 줍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단순해 질수 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갖고 나머지는 다른 회사에 골고루 나눠줍니다. 애플이 잘되면 다른 회사들도 함께 잘 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유기적이며 아름다운 산업생태계가 형성됩니다. 단순함, 그리고 그 단순함의 유기적인 연결의 전략이 그가 성공한 CEO로 성장하게 된 가장 큰 비결입니다. 〈계속〉 
 

정리=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이 강의는 지난 2월22일 마포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열린 대한불교진흥원의 ‘스티브 잡스 i Mind’ 저자 김범진 명상코칭가 초청 2월 화요열린강좌’의 강의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김범진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법학과 대학원을 마친 뒤 서울불교대학원대학에서 명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의 코치1세대로서 국내에 처음으로 코칭을 도입, 전파했으며 국제코치연맹(ICF)으로부터 한국 최초로 국제인증코치자격(ACC)을 취득했다. 저서로 ‘행복한 CEO는 명상을 한다’ ‘1250℃최고의 나를 만나라’ ‘섬세’가 있다. 현재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로 활동 중이며 코칭 센터인 ‘나우코칭’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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