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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마간디야

기자명 법보신문

탐진치에 자신을 가둬 고통 속에 자멸하다

자신의 미모에 취해 부처님 가르침 비하
욕망에 사로잡혀 음해 일삼다 죽임 당해

 

 

▲삽화=김재일 화백

 


부처님과의 만남은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과 삶의 위안을 안겨 주었지만, 때로는 그 소중한 만남 속에서도 미처 진리를 발견하지 못한 채 탐진치의 우리 속에 자신을 가두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간디야이다. 마간디야는 쿠루국의 한 바라문의 딸이었다.


빛나는 외모로 인해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탓일까. 오만방자한 성품이 이를 데 없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아름다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인도 곳곳에서 내로라 하는 집안의 청년들이 몰려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마간디야의 아버지 역시 딸과 어울릴만한 멋진 사위를 찾기 위해 혈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간디야의 아버지는 우연히 마을에서 탁발을 하고 있던 한 수행자를 발견했다. 빛나는 외모에 위엄 있는 모습…. 바로 부처님이었다.


자신의 사위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 바라문은 아름답게 장식한 마간디야를 데리고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딸과 결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출가해서 수행할 때 악마 마라는 내 수행을 방해하려고 계속 따라다녔다. 내가 네란자라강가의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자 그는 절세미인인 3명의 딸을 보내어 나를 유혹하려 했지만, 내게는 그녀들과 음욕을 행하고 싶다는 손톱만큼의 욕망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라 해도 결국 똥오줌으로 가득 차 있는 육체…. 도대체 이 여인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그녀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고 싶은 욕망이 없구나.”


부처님의 대답을 들은 마간디야는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며 분노했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부러워했던 자신을 분뇨로 가득 찬, 손도 대고 싶지 않은 여자로 몰아버린 이 자를 도대체 어떻게 응징하면 좋을까.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언젠가 반드시 혹독하게 되갚아 주리라 복수를 다짐했다.


한편, 이때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감동한 마간디야의 아버지는 그 길로 출가해 버렸다. 그녀는 숙부에게 맡겨졌는데, 훗날 그 아름다운 미모에 반한 우데나(Udena, 優塡)왕이 데려다 왕비로 삼았다. 우데나는 당시 인도의 5대 국왕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던 왕으로, 갠지스강과 야무나강을 양쪽으로 끼고 위치한 밤사국의 수도 코삼비를 통치하고 있었다. 왕에게는 이미 사마와티(Sāmāvatī)라는 어질고 현명한 왕비가 있었다. 사마와티는 코삼비원을 지어 부처님과 승가에 보시했던 바로 그 유명한 고시타 장자의 양녀이다.


부처님께 청혼 거절당하자 복수 다짐


그녀의 아버지는 밧다와티의 대부호 밧다와티야로 고시타 장자와는 친구였다. 밧다와티에 전염병이 돌자 친구 고시타에게 의지하고자 가족 모두 코삼비로 피난을 떠났지만, 도중에 밧다와티야와 아내는 죽고 우여곡절 끝에 사마와티만이 고시타가 마련한 급식소에 이르렀다. 당장 고시타를 만날 수 없었던 사마와티는 며칠 동안 음식을 얻어먹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보고 있자니 입구도 출구도 없는 급식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사마와티는 급식소의 관리자에게 칸막이를 세워 입구와 출구를 구분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관리인으로부터 이 상황을 보고받은 고시타는 그녀를 눈여겨보았고, 그녀가 다름 아닌 자신의 친구 밧다와티야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고시타의 양녀가 되었다. 우데나왕은 우연히 목욕하러 강으로 향하는 사마와티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빠져 왕비로 삼았다고 한다.


한편, 왕비가 된 마간디야의 욕망은 끝을 모르고 치달렸다. 타고난 미모와 가문, 게다가 한 나라의 왕의 사랑을 얻어 왕비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녀지만, 오만한 성격과 불같은 질투심은 그녀를 평온하게 두지 않았다. 특히 사마와티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하루 빨리 사마와티를 없애고 자신이 제1왕비로 등극할 날만을 꿈꾸며 욕망을 불태웠다. 하지만 현명하고도 자비로운 언행으로 왕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신뢰를 듬뿍 받고 있던 사마와티를 몰아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간디야는 사마와티를 궁지에 몰아넣을 트집거리를 찾아냈다.


사마와티에게는 쿳줏타라(Khujjuttarā)라는 시녀가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곱추였기 때문에 쿳자 즉, 곱추 웃타라라 불렸다. 우데나왕은 항상 쿳줏타라에게 8개의 동전을 주며 꽃을 사서 사마와티에게 전해주도록 했다. 사랑하는 사마와티에 대한 왕의 배려였다. 그런데 어느 날 쿳줏타라는 평소 가지고 오던 꽃보다 배나 되는 양의 꽃을 들고 와서 사마와티에 주었다. 사마와티가 그 연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왕이 준 8개의 동전 가운데 항상 4개 만 꽃을 사는데 쓰고 나머지는 제가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꽃을 사러 수마나의 집으로 갔더니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고 계셨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쿳줏타라는 부처님께서 악행을 멈추고 모든 사람에게 항상 자비를 베풀라고 하셨다며, 그 말씀에 지금까지의 자신의 악행을 깊이 반성하며 오늘은 8개 동전만큼 전부 꽃을 사왔다고 했다. 이미 고시타 장자의 영향으로 불교에 귀의하고 있었으나 왕궁에 들어온 후 좀처럼 부처님의 법을 들을 기회가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사마와티는 그녀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다른 일은 하지 말고, 너는 그저 부처님을 찾아가 설법을 듣고 잘 기억해서 내게 설해주렴.”


왕비 사마와티 살해해 땅 속에 유폐


그날 이후 쿳줏타라는 열심히 부처님의 법을 사마와티와 궁녀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했고, 덕분에 쿳줏타라는 훗날 부처님으로부터 박식제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사마와티가 부처님을 뵙고 싶다고 하자 쿳줏따라는 궁전의 담에 구멍을 뚫어 지나가는 부처님을 보게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행동들은 마간디야가 궁중 곳곳에 풀어놓은 첩자들에 의해 그녀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드디어 때는 왔다.


사마와티가 열심히 법을 전해 듣는 사람이 다름 아닌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예전의 그 치욕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증오의 대상인 두 사람을 동시에 없애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긴 마간디야는 우데나왕에게 거짓말을 고했다.


“사마와티는 은밀히 시녀 웃타라를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보내곤 합니다. 두 사람이 정을 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벽에다 구멍을 뚫어놓고는 부처님이 지나가실 때마다 그 구멍으로 목이 빠져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정숙하고 반듯한 사마와티였기에 왕은 그녀를 찾아 자초지종을 듣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마간디야의 끊임없는 계략에 우데나왕도 순간 이성을 잃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축제의 날, 궁중의 500명의 여인들이 모두 모였으나 사마와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마간디야는 “사마와티도 참석하라고 하세요”라며 왕을 부추겼다.


거듭 세 번에 걸친 부름에도 응하지 않자, 왕은 대노하며 사람을 시켜 사마와티를 끌어 냈다. 그리고 기둥에 묶어 세워둔 채 그녀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영문을 몰라 당황했지만 사마와티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왕은 직접 활시위를 당겼으나 화살은 도리어 왕을 향해 되돌아와 그 앞에 떨어졌다. 다시 쏘아도 다시 왕을 향해 날아왔다. 두려움을 느낀 왕은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이 너를 지켜주는 것이냐?”
“저는 그저 여래를 의지하고, 삼보에 귀의하여, 팔재계를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화살을 맞지 않는 것은 부처님께서 보살펴 주시기 때문이겠지요.”


이 말을 들은 우데나왕은 분노와 두려움을 거두고, 그녀에게 편안히 정사를 방문하여 부처님의 법을 듣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자신도 이 사건을 계기로 불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마간디야는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갖가지 욕망으로 가득 찬 마간디야의 혼탁한 마음을 들여다 본 우데나왕은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게 애틋한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왕의 총애마저 잃어버린 그녀는 이성을 잃었다. 어느 날 왕이 적국에 병난이 일어나 스스로 출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숙부와 공모하여 사마와티와 시녀들을 모두 한 방에 가두고 불에 태워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결국 이 음모는 발각되었고 대노한 우데나왕은 마간디야의 숙부는 외국으로 추방하고, 마간디야는 땅속 굴에 유폐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전승에 의하면, 숙부와 하인들은 불에 태워죽이고, 마간디아는 그녀의 살을 도려내어 펄펄 끓인 기름에 튀겨 스스로 먹게 한 후 마지막에는 기름에 조렸다고도 한다. 사마와티를 잃은 슬픔과 천인공노할 악행을 저지른 마간디야에 대한 왕의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자랑 박사
부처님이 던진 말 속에서 진리를 발견했다면 그녀 자신도, 그리고 그녀와 얽힌 주변 사람들도 이렇게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으련만…. 아무리 아름다운 육체라 한들 결코 의지할 만한 것은 못된다고 하는 이 평범한 진리를 자기애가 너무 강했던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일까. 그녀의 마음을 뒤덮은 탐진치의 어둡고도 깊은 번뇌는 결국 그녀를 돌이킬 수 없는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 부처님과의 만남이 그 누구보다 아쉽게 끝난 그녀였다.  


이자랑 박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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