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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문제로 노스님 뜻 처음 거슬러
3일 밤낮 무릎 꿇고 노스님께 간청

내가 이상적인 수행자로 존경하는 노스님. 그 분 말씀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거스른 사건은 강원을 졸업한 그해 추석 무렵 일어났다. 사찰 불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때였다. 나는 노스님께 당분간 미얀마로 위빠사나 수행을 다녀오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초기불교와 위빠사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대승불교는 물론 선수행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였다.


그러나 노스님께서는 완강히 반대하셨다. 화두 하나에 모든 게 담겨 있으니 밖에서 찾지 말고 선방에 가라는 말씀이셨다. 허나 나는 노스님 말씀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화두 수행에 대한 확신과 간절함이 없는 상태에서 남이 장에 간다니까 나도 따라가 주섬주섬 줍는 식의 삶을 선택하기는 싫었다. 나는 뜻을 꺾지 않았고 끝내 종아리까지 맞았다. 나는 스님 앞에 다시 무릎 꿇었다. 미얀마에 다녀온 뒤 선방에 꼭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노스님께서도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아무 말씀 없이 내 앞에 가부좌를 트셨다.


그렇게 시작된 대좌. 10분이 흐르고 1시간이 흐르고 하루가 흘렀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미동도 않았다. 노스님 또한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동안 노스님과 함께 했던 7년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깊은 자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동시에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외려 지금 포기한다면 앞으로 수행은 물론 모든 출가의 일상이 타성에 젖어 흘러갈 것만 같았다. 당시 나는 마치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다.


또 하루가 흘렀다. 노스님께서도 여전히 가부좌를 풀지 않으셨다. 다시 하루가 더디게 흘러갔다. 그렇게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3일이 지났다. 체력의 한계가 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자칫 노스님이 쓰러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나는 감각이 마비된 발을 한참이나 어루만진 뒤 가까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간단히 짐을 꾸린 후 큰스님께 정성껏 삼배를 올렸다. 나는 어디에 가든 노스님의 제자고 노스님께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로 살겠다는 다짐을 되뇌고 또 되뇌며 절문을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마하시 수행센터의 생활. 밤잠을 줄여가며 수행에 매진하려 노력했고 그런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해를 넘긴 1999년 4월1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노스님께 약속드렸던 것처럼 곧바로 하안거 입제를 위해 선방을 찾았다. 마침 그곳 선방엔 은사스님의 도반 스님이 계셨고, 그 스님을 통해 우리 노스님께서 입제 전에 나를 꼭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노스님. 직접 뵈면 드릴 말씀도 적지 않았지만 정작 만났을 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노스님께서도 그저 “가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선방생활, 해제와 결제 때면 노스님을 꼭 찾아뵈었다.


한번은 “네가 미얀마에서 힘을 얻기는 얻었나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노스님의 첫 칭찬이었다. 어떤 상을 받건 혹은 다른 누군가 나를 칭찬할 때면 “그게 중노릇하는데 뭐가 중요해”라며 늘 면박을 주시곤 했던 노스님이셨다. 그런 노스님께서 나를 칭찬하시고 수행자로서 인정하고 계신 것이었다.


이후 노스님께선 늘 내 뜻을 지지해 주셨다. 나 또한 노스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하지만 노스님께서 쓰러질 정도의 또 한 번 깊은 절망을 안겨드리는 사건이 생겼다. 바로 내가 암에 걸린 일이었다. 


대엽 스님 동국대병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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