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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힘

기자명 법보신문

충청도의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노(老) 보살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 드릴까 합니다. 보살님의 시골마을에는 대략 7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 마을에도 작은 교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이 작은 교회에서 무료 봉사단을 꾸려 어르신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고통들을 보듬는다는 것입니다.


읍내의 병원에서 의학 박사님을 초빙하고 머리를 손질 할 미용사와 영정 사진을 찍을 사진기사, 페인트칠 전문기사, 도배사, 전기 수리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봉사단을 구성해 어르신들이 어찌할 도리가 없어 미루고 미루어왔던 집안의 소소한 골칫거리들을 말끔히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감동 만점’의 봉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봉사를 하면서도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의 마음도 여간 꼼꼼한 게 아닙니다. 봉사에 앞서 마을의 이장님을 통해 가가호호(家家戶戶) 마다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시급하게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 어르신들의 고충을 경청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의 마음으로 어르신들이 방치해 두었던 집안일을 척척 해내니 명절 때 잠깐 들렀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만 비추고 객(客) 처럼 떠나가는 자식들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교회에서 봉사를 나와 걱정이 되어 보살님께 물어 보았습니다. “교회에서 도움을 받았으니 이젠 꼭 교회에 나와야 한다며 강요하지는 않더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보살님은 손사래를 치며 “그렇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교회 사람들의 아름다운 손길에 동네 사람들 모두가 고마워했다”며 감격해 했습니다.


불자 여러분, 노 보살님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느끼셨는지요? 어찌 보면 교회의 도움은 아주 작은 것이고 ‘우리 사찰들도 이젠 그렇게 하는 곳이 많은 데’라며 외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네 시골사찰 중, 더 나아가 이름 난 사찰 중 이와 같이 소박하면서도 배려 깊은 나눔 마당을 펼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자문하는 대목에선 참회의 진언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 사찰들의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터를 닦고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꽃피운 이래 이 땅에는 가장 많은 불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살피건대 불교가 국교였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도 이 땅에 1000만 이상이 불자였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불교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사찰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의 울림을 들려주고 있는지요, 고통스러워하는 이웃들에게 부처님의 가장 수승한 가르침인 ‘자비’를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요?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이나 사찰의 경우 기도와 정진이 도량 안에서, 개인에게만 머물고 있는 것이 몹시도 안타깝습니다. 각자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나의 기도는 나의 가족과 법당 안에만 제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부처님께 매달려 가피와 복을 달라고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복은 빌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짓는 것입니다. 진정한 불자라면 하루 10분이라도 명상과 참선을 실수하면서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貪瞋癡)을 씻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맑은 마음으로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게 실천할 때만이 우리는 ‘불자(佛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현 스님
자비의 실천 방법인 ‘나눔’은 희망의 씨앗입니다. 전세대란에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 등으로 불우 이웃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고 절망적입니다. 말로만 1000만 불자가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1000만 불자일 때 국민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삼보(三寶)를 존중하고 불자가 되어 귀의할 것입니다.


노현 스님 속리산 법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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