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와 굶주림,/ 그리고 추위와 더위를 능히 참고 견뎌야 한다./ 이런 것들이 사방에서 엄습해 오더라도/ 집 없는 구도자는/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숫타니파타
병을 고치는 것은 의사가 할 일이다. 신의 은총을 받아서 병을 고친다고 날뛰는 사람들이 요즈음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에 가면 심령수술이라 해서 맨손으로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순전히 속임수라는 말도 있지만 여하튼 그런 것하고 종교적인 궁극의 목표하고는 그 길이 전혀 다르다.
부처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의 마지막 여행길에서 사촌동생 아난다에게 몇 번이나 등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 성자의 모습인가.
“아난다, 등이 아프구나, 누울 자리를 펴라. 나는 이제 늙고 병든 수레다. 부서진 수레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구나. 아난다여, 목이 탄다. 물을 좀 떠오너라.”
부처님과 동시대에 태어났던 나체 수행자 마하비라도 만년에 암에 걸렸다. 병은 오히려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의미에서 아주 귀중한 스승이다. 병을 앓음으로써 우리는 이 육체의 덧없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이 육체의 한계를 알게 된다. 그러나 병을 앓아본 일이 없는 사람은 욕망과 야망의 불길이 끝없이 불타고 있다. 그런데 병으로 일단 제동이 걸릴 때는 이 야망의 불길은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수행자일수록 병과 떨어져서는 안 된다. 당신이 몸소 병을 앓아봄으로써 이 인간의 고통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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