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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정치 개혁 첫 발 … 정·교 분리 의도

기자명 법보신문
  • 해외
  • 입력 2011.03.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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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이양’ 선언한 달라이라마의 속뜻은

직접 선거로 정치지도자 선출 희망
정신적지도자 영향력 변함없을 듯

 

 

▲3월10일 티베트 민중봉기 52주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는 달라이라마. 티베트망명정부 제공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티베트망명정부의 수반인 달라이라마가 ‘정치 권한 이양’을 선언했다. 달라이라마는 3월10일 티베트 민중봉기 52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 지도자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는 곧 정교일치라는 티베트의 정치·종교 전통에 변화를 암시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달라이라마는 성명에서 “1960년대 초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티베트망명정부의 지도자가 된 후 ‘티베트에는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정치지도자가 필요 하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지금이 실행에 옮길 시기”라고 말했다.


달라이라마는 “3월14일부터 열리는 티베트망명정부 의회에서 망명정부의 지도자를 뽑는데 필요한 개정 작업이 이뤄지고, 선출된 지도자에게 나의 공식적인 권위를 인계할 수 있게 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달라이라마는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티베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정치 권한을 이양한 후에도 “티베트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를 위한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밝혀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성명에서 달라이라마는 ‘사임(resign)’이나 ‘은퇴 (retire)’라는 단어가 아닌 ‘권한 이양(devolve authority)’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이번 발표가 예고하는 티베트의 정치 구조 변화에 더욱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와 종교를 아우르는 지도자로서 달라이라마의 정치 권한 이양은 곧 정교 분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은퇴나 사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 역시 정교일치의 전통을 갖고 있는 티베트에서는 종교계의 수장이 곧 정부의 수반이 되는 종신직 구조인 만큼 은퇴나 사임이라는 형식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달라이라마의 권한 이양 선언은 정교 분리 작업을 위한 첫 단초로 풀이된다. 환생라마가 정치지도자를 겸하는 대신 티베트 민중이 선거를 통해 정치지도자를 선출하고 환생라마는 종교지도자로서 지금까지의 역할을 계속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오랜 티베트의 전통에 대한 개혁을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성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정치 권한 이양을 거론하기에 앞서 “티베트의 정치 및 사회 구조 개혁은 어릴 때부터 지녀온 오랜 염원이며 수년 동안 여러 가지 필요한 변화를 추진해 왔다”며 “오늘날 티베트망명정부에서는 정치지도자, 국민대표 등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있으며 우리는 열린사회의 기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함으로써 정치 권한 이양이 이러한 정치 제도 마련을 위한 선택임을 전제하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이러한 선택은 자신의 사후 달라이라마 제도 승계를 둘러 싼 중국의 간섭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치적 공백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앞서 달라이라마는 선거에 의한 정치지도자의 선출을 수 차례 강조했으며 심지어는 여성 지도자의 탄생도 가능하다고 밝혀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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