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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의 눈을 통해 발견한 한국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한인교회의 실상과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놓고 지루하게 이웃종교 이야기를 하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웃종교의 성공과 실패담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소중한 정보이다.


오히려 놀라웠던 점은 한인2세들이 한인교회를 떠난다는 이야기는 십여 년 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시야가 좁다는 이야기이다. 기독교나 가톨릭 교계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잡지, 학술지를 살펴보면 매번 불교 관련 기사와 논문이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불교의 현황을 살피면서 좋은 점이 있으면 바로 가져다 쓴다. 49재나 명상을 가톨릭에서 가져다 쓴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템플스테이가 잘되는 것이 배가 아파 처치스테이를 하겠다고 나서는 그들이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벤치마킹할 차례다. 해외에 있는 한국 사찰은 한인교회에 비해 그 역사나 수에 있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기독교가 실패한 것에서 출발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그들이 기를 쓰고 따라오려고 해도 따라 올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불교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라는 사실, 즉 종교적 정체성과 민족적 정체성의 일치는 기독교가 넘볼 수 없는 우리만의 장점이다.


미국에서 지낼 때 학회에서 만난 미국인 티베트 불교 비구니 스님의 초청으로 2008년 가을과 2009년 두 차례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특강을 한 일이 있다. 첫 번째 강의는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그 스님의 담당 강의를 참관하다가 즉석에서 하게 되었다. 미국 대학에서는 비교적 많은, 30~40명의 학생이 수강했으니까 꽤 인기 있는 과목이었다. 그 중 동양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올 때 그들이 다가와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면서, 한국 스님을 수업에서 만나게 되어 뜻밖이었고 자랑스러웠다고 이야기해서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얼마 뒤 그 스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이야기와 수강생 중 한국 학생이 한 명 있어서 한국불교에 대한 과제를 주었는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승낙하고 몇 차례 그 학생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2009년 봄 강연을 위해 다시 조지 워싱턴 대학을 찾았을 때, 그 학생을 만났다. 과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유학생활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에게 종교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예상했던 바대로 가톨릭이었다. 한국에 있을 땐 불교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미국에 와서 불교를 알게 되었다면서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학인 스님 중에도 영국 유학 중 불교를 알게 되어 출가까지 하게 된 스님이 있다. 자신은 불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현각 스님의 법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불자인 어머니를 위해 비디오로 녹화하기 위해 참석했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출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법 스님
사대적 습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처럼 서양인의 눈을 통해 한국불교를 발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유학생이건 한인2세건, 또는 국내에 있는 젊은이이건 이들을 불자로 만드는 데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음 연재부터 해외에 있는 한국사찰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방안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다.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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