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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이쿄인 아이들의 생활

기자명 법보신문

자발적으로 규칙 정하고 회의 통해 문제 해결

 

▲후지TV에 방영된 히로나카 스님의 부부상담 모습.

 


졸업한 아이들만 800명
대기자 2000명에 달해

 

일본열도 북단(北端) 홋카이도(北海道) 아바시리에서 남단(南端) 오키나와 본도 및 이시가키섬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우리 절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지금까지 800 여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우리 절을 ‘졸업’해 갔다. 그리고 현재 우리 절에 들어오고 싶어 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2000 여명에 달한다.


우리 식구는 나의 아내인 마치코씨, 아이들이 형, 오빠라 부르는 우리 큰아들, 둘째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이들 열다섯 명, 강가지 두 마리의 대가족이다.


이곳 사이쿄인(西居院)은 특수한 시설이 아니라 개인 절이며 개인 집이다.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식비, 숙박비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돈 없는 가난한 집 아이들도 구제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한테는 돈을 받으면 어떠냐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도 인간이기에 혹시 돈을 받게 되면 돈 있는 집 아이만 우대하거나, 가난한 집 아이를 차별하거나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체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바로 내 자신에 대한 고행(苦行)이라고도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한테 돈을 받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로 기부금도 받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식구의 생활비는 나의 승려로서의 수입과 강의료, 책의 인세(印稅), 그리고 나의 아내인 마치코씨의 월급에 의존하고 있다.


마치코씨는 시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도저히 힘들면 나는 우리 절 본당(本堂)을 팔 각오가 언제든지 되어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같이 생활하는 열다섯 아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보통 절에서의 생활은 규칙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우리 절에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규칙은 있어도 그 밖에는 일반 가정집과 마찬가지인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물론 대가족이기 때문에 가끔씩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어린이 회의’를 소집해서 문제해결에 대해 논의한다. 아이들끼리 해결하기 힘든 문제일 경우에만 어른이 등장하여 야단을 치거나 타이르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서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다.


양키족·불등교족 공존
상호인정 속 공동체 유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 절에 오는 아이들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일본에서 흔히 ‘양키’라 불리는 불량아(不良兒)들이고, 또 하나는 학교를 못 다니는 불등교(不登校) 아이들이다. ‘양키족’은 공부는 못하지만 힘이 있고 믿음직한 면이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


한편 ‘불등교족’은 얌전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머리는 좋아서 공부를 잘한다. ‘불등교족’ 아이들이 처음에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으면, 꼭 ‘양키족’이 다가가 말을 건다. 혹은 다른 아이들이 ‘불등교족’을 괴롭히면 우리 절에 있는 ‘양키족’ 아이들이 그를 보호해주기도 한다.


또한 ‘양키족’이 학교 공부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불등교족’이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모자란 면을 보충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고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어느 가장(家長)이나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 역할이니까 날마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대가족인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려면 한달에 50만 엔(약 70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니까 나는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일하는 날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의 일이라면 절에 있을 때는 주지승으로서의 일,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강연회다. 그 밖에 집에 있으면 자식을 데리고 상담하러 찾아오는 부모도 있고, 우리 절의 신도들도 나를 찾아온다.


매일 매일 정말 여러 고민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빚쟁이한테 쫓기는 다중채무(多重債務)자, 혹은 결혼이나 이혼문제, 그리고 아이들의 비행(非行) 문제 등등. 그리고 신도들하고는 장례식이나 기일(忌日)에 절에서 거행하는 법사(法事)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와 아이들과의 대화는 주로 전화나 핸드폰 문자, 혹은 저녁 식사시간이나 손님이 다 돌아간 밤 시간에 이루어진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아이들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에는 제한이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아이들의 요청으로 내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같이 지낼 날을 만들기도 한다.


나의 일상생활과 마찬가지로 내 아내인 마치코씨의 생활도 역시 바쁘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마치코씨는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고, 집에 오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야근(夜勤)도 자주 있고, 싸인 피로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밖에서 사는 우리 둘째 아들부부가 장을 보아 매일 매일 우리 절에다가 먹을거리를 날라다 준다.


2009년부터는 도쿄에 있었던 큰 아들도 우리 절로 돌아와 나의 후계자로서 승려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 가족은 서로 도와가면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중학교 1학년 5월8일부터 마치코씨와 사귀어, 이젠 결혼 한지 3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결혼해서 오늘날까지 내가 마치코씨한테 어김없이 반복하는 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보, 잘 잤어?” 그리고 “여보, 고마워”라는 두 마디다. 나랑 결혼한 마치코씨에게 나는 신혼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절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아저씨와 아줌마의 사랑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족이란 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존재라는 것,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인내심이나 이해심을 배운다.


어떨 때 내가 멀리 가서 집에 못 돌아오는 날에도 아이들은 책임감 있게 우리 절을 지켜준다. 내가 없는 사이에 상담하러 온 아이나 가출해서 찾아온 아이가 있으면, 아이들은 나대신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이미 우리 절에서 지낸 아이들은 새로 찾아오는 아이한테 자신과 같은 냄새를 느끼면서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외로운 그들의 마음에 다가서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온 아이는 이 세상에서 괴로워하는 자는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위로를 받는다. 아이들은 우리 절에서 마치 가족이나 형제자매 같은 인간관계를 체험하면서 스스로의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과 어떻게 지내야 되는지를 배워가는 것이다.


불등교 아이들도 여기에 오면 삼일 만에 스스로 학교를 다니겠다고 한다. 이곳을 취재한 TV프로에서 우리 절에 오면 아이들이 표정이 달라지는 장면을 본 사람들 중에는 혹시나 우리가 방송국과 짜고 하는 짓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달라질 수가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이곳에선 어른이 아이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학교로 못가는 아이들이나 비행(非行)으로 반항하는 아이들을 마치 거북한 존재인 것처럼 대하면 그들과의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기만 한다. 아이들과 ‘삼보(三步)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데, 그것이 3000보의 거리가 되어버리면 사람의 따스함은 절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히로나카 스님
혼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구해주고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 이것이 바로 석가모니가 나에게 주신 소중한 임무라 나는 믿는다. 그런데 이 일은 나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니다. 불자이면 누구나 곤경에 빠진 자를 구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으니 이것은 모든 불자, 나아가 모든 종교인들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이기도 하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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