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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결집의 동기(動機) ④

기자명 법보신문

대천의 오견도 한편으론 일리가 있어
진보사상 견제하기 위한 편견일 수도

대천(大天)이 어느 날 성욕의 마음이 일어나, 그 날 밤 몽정(夢精)으로 속옷을 더럽혔다. 이 옷을 제자를 시켜 빨도록 했다. 그러자 제자는 “아라한이라면 모든 번뇌를 버렸다고 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대천은 “아라한은 번뇌로 인한 몽정은 없으나, 다만 악마가 아라한의 옷에 부정한 것을 붙여서 마치 번뇌로 인하여 부정한 것을 잃은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제일악견(第一惡見)이다.


그는 제자들로부터 환심(歡心)을 사기 위해 ‘아무개 비구는 수다원이고, 아무개 비구는 아라한이다’고 수기했다. 수기를 받은 제자들은 말했다. “듣건대, 아라한이 되면 증지(證智)가 있다고 했는데, 어찌하여 우리들은 도무지 무지(無知)하여 아는 것이 없습니까?”


대천이 대답하기를 “무지(無知)란? 아라한은 생사류전의 원인이 되는 번뇌의 무지는 없지만, 무의식은 없지 않다. 아라한은 견(見), 사(思)의 번뇌는 끊어 다하였으나 아직도 습관력이 남아 있어서 일체지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니, 이것이 제2의 악견(惡見)이다.


제자들이 말했다. “듣건대 아라한과를 증득한 성자(聖者)는 이미 모든 의혹을 여의었다고 했는데, 우리들은 사제(四諦)의 진리에 있어 아직도 의혹이 남아 있으니, 왜 그렇습니까?”


대천은 “아라한은 번뇌로 인한 의혹수면성의 의혹은 없지만 어떤 경우에 이것을 합리적으로 할 것인가? 불합리적으로 할 것인가?라고 여기는 의혹은 존재한다. 그러므로 철리상의 문제는 분명한 것이 없지 않다”고 하니, 이것이 제3의 악견이다.


그의 제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라한은 혜안(慧眼)이 있어 스스로 해탈함을 아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우리들은 스스로 알지 못하고 스승의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알게 되는 것입니까?”


대천이 말했다. “아라한은 스스로 해탈한 것을 알지 못하고 남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서 비로소 그 깨달았음을 확실히 아는 것이다. 사리불과 목건련도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대아라한이지만, 스스로 알지 못하였거늘, 어찌 너희 같은 아둔한 사람들이 스스로 알 수 있겠는가?” 이것이 제4악견이다.


대천은 비록 많은 악업을 지었지만 아직 선근이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어느 날 밤중에 스스로 자신이 지은 중죄에 대해 깊이 후회하며 괴롭고 두려움을 참지 못하여 자주 큰소리로 ‘괴롭고, 괴롭다’고 소리를 질렀다. 제자들은 이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여겨 스승에게 물었다. 이때 대천은 “도는 마음에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입으로 소리 내는 것에 의하여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괴롭다.’ 부르는 것은 곧 고성제를 부르는 것이다”고 하였으니, 제5악견이었다.


그러나 상좌부의 장로들은 대천의 오사(五事)를 망어(妄語)라고 규정지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외도 악견이라고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사정과 대소승 대립으로 비추어 볼 때,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오사의 내용은 당시의 진보파가 주장한 것으로 후세에 상좌부에서 이를 반대하기 위한 허구의 인물로 대천을 설정했다고도 할 수 있다.


▲철우 스님
계율을 공부함에 있어서 이런 일들이 모두 일부의 비방을 위한 말이라고도 보는 견해가 있으니, 바로 알고 바로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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