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과이익공유제와 보시

기자명 법보신문

초과이익공유제. 한국 사회에서 곰비임비 쟁점으로 불거지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삼성그룹 협력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에 참석해 초과이익공유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며 ‘꺼져가는 불씨’에 호호 바람을 불었기 때문이다. 기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무장 커져가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두루 알다시피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기업의 99%에 이른다. 일자리를 보더라도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대기업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중소기업의 아우성은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언론에 광고를 많이 주는 곳이 수출 중심의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비단 뉴스 시간만이 아니다. 광고 시간까지 감안하면 텔레비전에서 대기업의 목소리는 압도적으로 크다. 그 결과다. 막강한 힘을 밑절미로 대기업은 중소기업 위에 군림한다. 납품 단가를 낮추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여 중소기업들이 애면글면 창출한 가치를 뺏어가기 일쑤다.


‘부자정권’으로 비판받는 이명박 정부조차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기가 계속 침체될 경우에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의식해서다. 실제 내용과 의도는 어떻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원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두 당사자가 “조정 협의”해 납품단가를 결정하라는 정부 정책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절대 다수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그것이 자영업자들의 ‘불경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색깔을 칠해가며 매도하고 나섰다. 다름 아닌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사를 비롯해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일러 “경제학 책에서 보지 못했다”고 언구럭 부리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까지 들먹였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대기업 회장이 사실과 다르게 초과이익공유제를 매도하는 데도 되레 두남두는 보도와 논평을 쏟아냈다. 심지어 삼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재벌신문은 초과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리거나 헌법을 흔드는 발상이라고 살천스레 선동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는 강제조항이 전혀 아니다. 연초에 세운 이익 목표를 연말에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이익의 일부를 자율적으로 협력사들의 기술 개발과 고용 안정에 ‘투자’하라는 권고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이 동의하지 않아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동반성장 지수’ 항목에 포함해, 점수가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게 고작이다.


초과이익에 대한 자발적 나눔은 불교의 맥락에서 볼 때 보시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천문학적 순익을 챙기면서도 그 일부를 협력업체에 자율적으로 나누라는 권고에 ‘붉은 색깔’을 칠하는 행태는, 불우한 이웃과 더불어 살라며 보시를 권유하는 사람에게 내놓고 욕설을 퍼붓는 수전노의 탐욕과 무엇이 다른가.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민생 의제’다.


▲손석춘 이사장
탐욕을 벗어나 보시를 가르치는 불교가 2011년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쟁점에 적극 개입하는 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