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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조계종 5대 결사 어떻게 할 것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1.05.16 15:26
  • 수정 2011.05.26 15:34
  • 댓글 0

청정가풍 확립·국민의 고통 덜어주는 불사
밑바닥으로 확산·국민 공감대 확보는 과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1월26일 담화문을 통해 자성과 쇄신을 통한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의 5대 결사를 제안했다. 한국불교사에서 종단 차원의 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대 결사의 바른 의미와 방향, 향후 과제 등을 모색해 보는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채한기 논설위원의 사회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스님, 정념(조계종 종책특보단장) 스님, 조성택(고려대 철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편집자


정교분리 지키지 않고 정치권과 밀착 반성
불교 떠나 민족문화 논해야 국민들이 공감

 

 

 


채한기 논설위원: 결사는 사회적 의미로 여러 사람들이 공공의 목적을 위해 만든 단체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내부의 개혁을 위한 수행 공동체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결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정념 스님: 결사란 혼탁한 시대를 맑히겠다는 원력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 결사의 역사는 신라의 발징(發徵) 스님이 금강산 건봉사에서 만일결사를 주도한 것이 효시다. 이후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定慧結社), 요세(了世) 스님의 백련결사(白蓮結社)로 이어졌으며 근대에는 성철 스님의 봉암사 결사가 유명하다. 역대 결사들을 살펴보면 성공여부는 이념의 역사성 및 정당성 확보, 그리고 대중의 공감이 그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성택 교수: 인도에서는 결사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부처님 당시 수행자 집단, 그 자체를 결사로 볼 수 있다. 결사는 소수 사람들의 수행공동체적 성격이 강했다. 동아시아에서의 결사는 4세기 말 여산 혜원(盧山慧源) 스님의 백련결사(白蓮結社)가 최초로 알고 있다.


도법 스님: 결사는 부처님이 승가를 형성하고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시원을 삼아야 한다. 또 승가공동체의 정신이 세월이 흐르면서 타락, 왜곡 될 때 이를 바로 잡고자 나온 것이 결사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수한 결사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해서 귀감이 될 수 있는 것이 정혜결사와 백련결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불교적으로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상황이 비상하니까 비상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채 위원: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5대 결사를 제안했다. 이런 5대 결사가 나오게 된 배경과 의미는 어떤 것일까?


정념 스님: 한마디로 자기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수행자는 수행자 자리로, 정치인은 정치인 자리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모두가 본분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5대 결사가 제안된 것이다. 불교계와 정부간 긴장관계에서 출발했지만 외부를 향한 과시용 전시성 결사보다는 내부를 향한 참회 결사다.


채 위원: 승가는 승가 본연의 자세, 재가불자는 재가불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하다. 평가가 시기상조지만 교구본사를 비롯한 지역으로 제대로 전파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조 교수: 역대 결사들도 외부로의 확산보다는 내부적 결속의 재생산이었다. 그러나 이번 5대 결사는 원심력을 이용한 외부 확산도 염두에 두고 있다. 내용이 다섯 가지로 나눠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포괄적이다. 종교가 현대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들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모든 것을 아우르다 보니 내적으로 구심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결사의 성격에 외부 확산까지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결사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총무원 집행부가 5대 결사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 갈지 구체적인 내용들을 세세하게 마련해 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 때문에 교구본사와 지역의 작은 사찰들에게까지 전파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또 재가불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정념 스님: 중앙에서 바라보는 문제의식과 지역에서 바라보는 문제의식의 체감온도가 아직은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공감대를 넓혀가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라는 큰 주제 아래 구체적인 실천 가능한 행동강령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 직할교구의 직영 5개 사찰은 특성을 살려 분야별 실천 근본도량으로 지정했다. 다른 사찰들도 정체성에 맞게 차례로 결사도량을 표방한다면 5대 결사가 더욱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채 위원: 5대 결사는 시대성을 담은 결사와 불교 내부의 결사라는 두가지 내용이 함축돼 있다. 정념 스님은 5대 결사의 의미를 불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먼저 불교 내부적으로 자성과 쇄신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도법 스님: 결사는 천태만상의 것이 있을 수 있다. 부처님의 결사는 철저하게 세상과 중생을 구원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통스런 중생들을 어떻게 평화롭고 행복하게 할 것인가 하는 구세대비(救世大悲)를 구현하는 측면에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에 나타난 결사는 대부분 불교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자는 쪽이다. 또 불교 내부의 모순을 전면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깊이 고민하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귀감을 보이는 방식이다. 이번 결사는 조계종 행정부가 직접 결사를 천명했다. 역대 결사와 다른 점이 이것이다.


정념 스님: 5대 결사가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 것은 우리 모두 불교 본연의 자세를 확립하자는 뜻도 있지만 정치인들이나 다른 종교 사람들도 스스로의 자리를 잘 살피라는 의미도 있다. 문화를 문화의 틀에서 보고 종교를 그 자체로 봐야하는데 템플스테이 등 정부 예산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기독교인들이 템플스테이를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정치인들은 부화뇌동했다. 문제의 발단이 거기에 있다. 또 종단 내적으로도 정치권과의 대화가 국민들에게 친밀함을 넘어 야합으로 비친 부분도 있다. 자성과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채 위원: 그렇다면 종단과 정부와의 관계가 그동안 어떠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조계종과 정부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도법 스님: 정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종단과 정부의 관계는 대단히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불교가 존재하는 것은 중생의 행복과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와 종단은 늘 만나서 함께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종단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대화를 해왔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 관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정념 스님: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이 안고 있는 삶의 문제다.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승가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종교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통합하고 아울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최근 종단과 정부와의 갈등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정치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자기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종교와 정치는 철저히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다만 정치인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정치를 잘할 수 있도록 격려도 하고 질책도 해야 할 의무는 있다. 그러나 야합은 안 된다. 총무원장 스님이 5대 결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도법 스님: 5대 결사의 동기가 어찌 됐든 현재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자성과 쇄신 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전통문화라고 내세우는 것들은 전부 불교문화 중심이다. 국민들에게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민족문화를 내세우는 것으로 비춰진다. 기왕에 하는 거라면 차원을 높여야 한다.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역사 교육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거나 불교를 떠나 민족문화에 대한 수호 의지를 밝혀야 한다. 불교문화만을 가지고 민족문화 수호 운운하는 것은 국민적인 공감을 결코 얻을 수 없다.


채 위원: 5대 결사의 의미가 시대와 함께하는 불교, 시대와 공감하는 불교라고 하는 관점에서 조 교수님의 의견은 어떤가?


조 교수: 이번 결사가 불교가 받는 대접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불만으로 촉발됐다고 보는 측면이 외부에 존재한다. 민족문화수호다, 자성과 쇄신이다 말은 많지만 결론은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 100년간의 역사로 볼 때 불교계가 받는 이 정도의 대접은 그마나 다행이다. 근·현대를 거치며 불교는 사회적 지분을 거의 잃었다. 일제와 민족상잔이라는 비극적 역사와 민주화의 과정에서 불교는 희생과 봉사에 인색했다. 이러니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격변기를 거치며 불교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청정한 수행가풍의 확립이고 또 하나는 근대화 속에서 어떻게 불교를 통해 유용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청정성과 근대성이 상충되는 개념이기는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대략 1947년 봉암사 결사를 통해 내부적인 수행가풍의 표준안은 마련됐다고 본다. 그러나 어떻게 사회적 유용성을 확보할 것인지는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그 남아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5대 결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정념 스님: 조 교수님 견해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감하지만 이견은 있다. 조선 500년 동안 불교가 크게 위축되고 변방으로 밀린데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불교의 역할이 미미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 기독교인들이 시대정신의 변화를 요구하며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희생과 봉사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것도 맞다. 그러나 보이는 모습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불교가 1700년 우리민족의 정신세계에 끼쳐온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런 역사 문화적인 축적물이 있기에 자성과 쇄신에 대한 논의들이 가능했다.


논의 마당 열어 그 곳에서 결사 내용 채워야
매달 사찰 개방해 국민을 부처님으로 모시자

 

 

 


채 위원: 봉암사 결사를 비롯해 역대 결사가 사회성이 담보되지 못한 내부의 결사라는 측면에서 미완의 결사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5대 결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도법 스님: 봉암사 결사를 많이 거론하는데 공과(功過)를 냉철하게 봐야한다. 성철 스님이 부각되지 않았다면 봉암사 결사가 과연 의미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또 내용적으로도 정말 주목할 만한 것이었나. 개인적으로 과도하게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철 스님은 봉암사 결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했다. 그렇지만 과연 봉암사 결사가 부처님의 법대로의 결사였는지 반성해 볼 필요는 있다. 수좌들이 나무하고 지게지고 수행하고 이것만이 불교인가. 부처님의 뜻은 구세대비(救世大悲)정신을 구현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봉암사 결사 또한 구세대비에 연결하고자 한다면 광의적으로는 연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구세대비의 결사는 아니다. 정혜결사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지극히 교단 안으로 한정돼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교단 밖의 것에 아예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고려시대에는 사찰 노비들이 많았다. 이것이 부처님의 구세대비 사상과 과연 상통할 수 있는가. 시대적 한계를 인정한다하더라도 결사라는 것이 불교 내부의 이기주의, 종단주의, 문중주의로 비치게 되면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조 교수: 봉암사결사는 끝을 맺지 못한 미완의 결사였다. 특히 내용적으로도 봉암사 결사의 한계는 분명하다. 예를 들면 재가자들의 배제와 엘리트주의적 수행가풍, 깨달음 지상주의가 확립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청정수행가풍의 모범을 보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어찌됐든 수행자의 삶에 표준이 마련됐다는 정도의 의미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 5대 결사에는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가 모두 들어있다. 어떻게 보면 나열된 느낌도 있다. 6가지의 바라밀이 결국은 지혜바라밀에 의해 규정되듯이 5가지 실천 항목의 틀은 결국 수행이다. 물론 5대 결사 또한 재가자 부분이 빠져 있지만 내용적으로 출재가가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도법 스님: 5대 결사를 보면 생명결사와 평화결사를 나눠놨는데 생명평화결사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생명 없는 평화가 있을 수 없고, 평화 없는 생명은 고통과 불행이다. 그래서 그동안 시민단체들과 함께 펼쳐왔던 생명평화운동은 21세기 미래문명에 대한 새로운 가치 차원에서 나온 대안이다. 통일적으로 봐야한다. 사실 불교의 역사는 언어만 다를 뿐 생명평화결사다. 그것이 한마디로 표현된 것이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아닌가. 대승적으로 동체대비(同體大悲)사상이다. 조계종이 생명평화결사를 해 가려면 기존의 것들을 잘 받아들여 종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현대 문명에서도 대안문명의 가치로서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불교가 자기 일로 끌고 자기 일로 치고 나가면 그야말로 현대 사회에 불교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어갈 수 있다.


채 위원: 조계종 총무원에서 추진하는 5대 결사 방향성이 무엇인지 종단 집행부의 입장에서 설명해 달라.


정념 스님: 5대 결사는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촉발이 됐지만 이를 계기로 불교가 불교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문제해결의 제일원칙이라고 판단했다. ‘원각경’에 일신(一身)이 청정해지면 다신(多身)이 청정해지고 다신(多身)이 청정해지면 일체국토(一切國土)가 청정해진다고 했듯이 우리 내부가 맑아짐으로써 정치권과 다른 곳까지 맑힐 수 있다는 대전제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함께 풀어가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다만 총무원이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 각계의 스님들과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결사팀을 구성해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결사 운동을 해 나가야 한다.


도법 스님: 결사라는 것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바닥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이번 5대 결사는 총무원으로 시작된 위로부터의 결사다. 그러다보니 밑바닥에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집행부가 발로 뛰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또 결사운동을 효과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한 논의단위가 필요하다. 결사운동은 총무원장 스님의 임기와 무관해야 한다. 불교를 사심없이 고민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논의단계에 끌어들여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결사는 조계종의 특별 불사가 돼야 하고 종단이 나선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국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특별한 실천도 필요하다. 보현행은 모든 중생을 부처님으로 모시자는 것이다. 실천방안으로 한달에 한번 국민과 시민을 부처님으로 모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각계의 사람들을 절로 초청하자. 소외된 이웃부터. 노숙자, 장애들 1000명 정도를 매달 조계사로 초청해 그분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기도회를 마련하자. 또 전통문화수호와 생명평화에 관심이 있는, 즉 5대 결사에 관심 있는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격려할 수도 있다.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점심 한 끼 잘 준비해서 그들을 맞아 부처님으로 모신다면 불교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들의 호응 속에 결사를 힘 있게 추진 할 수 있다. 처음엔 총무원과 집행부를 중심으로 하다가 교구본사와 말사로 외연을 넓힌다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정념 스님: 낙산사는 화재 이후 입장료를 없애 버렸다. 점심도 무료로 국수를 준다. 최근에는 다실도 무료로 개방했다. 그랬더니 오시는 분들 모두가 기뻐했다. 우리 스님들이 대중과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찰이 국민들에게 공간은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중생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낙산사는 문화결사 도량이니, 문화예술인들에게 많은 공간을 개방하고 건봉사는 염불봉사 도량이니, 거기에 걸맞게 공간을 내놓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결사는 성공할 수 있다. 100년 동안 못했던 일을 이제부터 국민들과 함께 채워나가자는 것이다. 5대 결사의 실천 정도를 주지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도 추동력을 얻을 수 있는 작은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 교수: 기독교의 문제는 종교를 3차 서비스로 만들어버렸다는 점이다. 불교가 기독교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도 필요하지만 문명비판적인 관점에서 국민들의 교사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황금만능의 현대문명에 비판적인 대안은 불교 일 수밖에 없다. 절 집안의 청규 자체가 문명 비판 아닌가. 불교적인 가치관을 널리 퍼트려야 한다.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채 위원: 그렇다면 5대 결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조 교수: 5대 결사본부를 만들든 연합체를 만들든 재가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5대 결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부도 장려해야 한다. 기부라는 것이 꼭 돈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봉사도 좋은 기부다. 환경 전문가는 환경을 강의하고 교수는 전공분야를 강의하면 된다. 대학원생, 대학생, 주부들까지도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부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도법 스님: 불교계에는 인재가 많지 않다. 따라서 불교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다 열어야 한다. 또 이들이 의미부여를 하고 참여하는 것 자체를 기쁘게 생각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5대 결사는 그런 마당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당을 주고 놀거리를 만들어 준 다음에 거기에서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채 위원: 5대 결사는 종단 차원의 첫 시도다. 그런 만큼 사회적인 관심과 정치적인 파장도 크다. 이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으로 토론회를 마무리 하자.


도법 스님: 불교는 깨달음의 수행 종교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제 자성과 쇄신을 통해 수행론을 혁명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삶이 수행이 되고 수행이 삶이 되는 결사가 돼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화두참선을 해야 한다면 우리의 수행이 이 세상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5대 결사의 핵심은 나와 남을 함께 돌아보는 것이다. 수행과 삶, 깨달음과 수행이 하나로 관통하는 수행관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바라밀 차원에서 서비스를 추진해야 한다. 국민과 시민을 부처님으로 모시자는 대전제 하에 자성과 쇄신은 힘을 받을 수 있다.


조 교수: 현실적으로 도법 스님의 말씀대로 결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만약 여의치 않는다면 최소한 성철 스님이 주창했던 청정한 가풍만이라도 되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념 스님: 5대 결사는 시대의 아픔이었다. 근본을 잃어버리고 시대에 휩쓸린 과보의 측면도 있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5대 결사가 전 국민의 정신문화운동으로 승화되는 날까지 불퇴전의 정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번 결사가 불교  대중화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리=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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