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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태자의 출가 전 궁중생활은 어떠했을까? ‘본생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을 위해 세 철에 알맞은 세 채의 궁전[三時殿]을 지었다. 하나는 9층이고 하나는 7층이며 또 하나는 5층이었다. 그리고 4만의 무희들이 보살을 모시고 있었다. 보살은 마치 천왕이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아름답게 장식한 무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남자가 없는 여자들만이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며 철에 따라 거기에 맞는 궁전에 살고 있었다.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소다라는 그 첫째 부인이었다.”
여러 불전에 의하면 싯다르타 태자는 사문유관 이후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생노병사의 무상함을 경험한 후 자주 명상에 잠겼다고 한다.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에게 호화로운 궁정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그의 출가에 관심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간다라 불전미술에서는 태자의 궁중생활이 음악과 춤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궁전 안 침상 위에는 두광으로 장엄된 싯다르타 태자가 오른손을 들고 옆으로 누워있으며, 그 옆에는 아내인 야소다라가 침상 끝에 걸터앉아 있다. 그 주위에는 태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추는 무희들이 배치되어 태자로 하여금 세속 생활에 흥미를 갖게 하려는 듯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경전의 내용처럼 남자는 오직 싯다르타 태자 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여인들은 북, 하프, 탬버린 같은 악기를 들고 있어 인도 악기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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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박사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