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이 최근 4년여 동안 경영을 책임질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불교방송 사장후보자 공모에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불교방송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는 대한불교진흥원이 2008년과 2009년 연속으로 후보자를 추천하고도 불교방송이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공석으로 있는 사장 선출을 위해 추천권을 다시 행사하고 나선 것이다.
진흥원은 이사회를 소집해 사장 후보자 선출방법 등을 결정한 뒤 개별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불교방송 사장은 진흥원이 복수 추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불교방송이사회가 최종 결정한다.
불교방송이사회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진흥원이 추천한 사장 후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이번 추천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지 벌써부터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불교방송은 2007년 11월 홍승기 사장 퇴임이후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최명준 전 전무에 이어 현재는 김영일 전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불교방송이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데는 불교방송이사회와 이사장 영담 스님의 역할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진흥원은 “2007년 영담 스님이 불교방송 이사장을 맡게 되면서 정관상 진흥원 추천 인사 가운데 한 사람을 사장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장 선출을 거부해 왔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2008년 추천자의 경우 사장 선출이 6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후보자들이 자진 사퇴했고, 2009년에는 영담 스님의 후보자 자격시비로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진흥원과 영담 스님은 불교방송 사장 선출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어쨌든 불교방송의 직무대행 체제가 계속되면서 경영위기 논란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불교방송 노조를 비롯해 교계 일각에서는 “영담 스님 등 경영진이 불교방송을 단 시일 내에 신문, 라디오, TV를 갖춘 종합미디어센터로 구축하겠다며 IPTV 진출, 판판뉴스 창간 등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나서 경영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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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대표로써 업무를 총괄하고 경영성과를 책임져야 할 사장의 공석이 가져오는 폐해가 아닐 수 없다. 급기야 경영적자가 누적되면서 직원들의 임금마저 체불되는 등 사측과 노조의 불신의 골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자칫 선장 잃은 불교방송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교방송의 사장 선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다. 진흥원과 불교방송이사회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하는 교계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