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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애마와 이별하는 석가보살

기자명 법보신문

보관 벗어주며 세속 인연 정리

 

▲ 간다라 2~3세기,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출가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석가보살은 먼저 자신의 긴 머리칼을 자르고 머리에 썼던 보배로 장식된 관을 벗었다. 몸에 걸쳤던 여러 장신구 역시 이제 수행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었다. 보관(寶冠)과 장신구를 벗어 마부 찬나에게 맡기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가지고 카필라성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아내 야소다라에게 전하거라. 바른 깨달음을 이루면 다시 돌아가 법으로써 서로 제도할 것이니, 마음을 고요하게 해 세상의 영화를 그리워하지 마소서”(‘보요경’ 고차익피마품)라고.
석가보살의 출가 수행기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 불전 미술의 소재로 채택된 사건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 마부 찬나와 애마 깐따카와의 이별이다. 마부는 보살로부터 이별 소식을 듣고 눈물을 비 오듯 흘렸으며, 애마는 땅에 꿇어앉아 보살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그의 발을 핥았다. 마부가 “정반왕과 야소다라께서 큰 공훈을 지닌 이가 어디에 도착해 계시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보살은 “그것은 네가 본 바이거든 다시 무엇을 묻고 있느냐”라고 대답했다.


간다라 불전미술에서는 이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있다. 석가보살은 목에 걸쳤던 목걸이를 풀어 손에 들고 있으며 왼손은 뺨에 대고 자신의 출가 소식을 아버지 정반왕과 아내 야소다라에게 전해줄 것을 마부 찬나에게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마부는 두 손에 석가보살이 태자 시절에 사용하던 보관과 목걸이 그리고 산개를 든 채 보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애마 깐따카 역시 앞 두 다리를 땅에 댄 채 머리를 숙여 보살의 발에 이별 인사를 하고 있다.

 

▲유근자 박사
 

출가길에 동행했던 마부와 애마는 주인과의 이별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살의 출가 소식을 고향에 전해야 하는 역할 역시 중요했기 때문에 마부는 보살이 착용했던 물건과 애마를 데리고 왕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애마가 보살의 발에 예(禮)를 표하는 장면은 열반에 든 부처님께서 뒤늦게 도착한 가섭존자를 위해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자 스승의 발에 예배하는 가섭존자를 상기시킨다. 

 

유근자 박사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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